AI가 없었다면, 미국 설비투자는 사실상 침체의 길로

튜링 포스트에서 거시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은 별로 없는데요. 미국 설비투자 관련된 숫자를 보고 나서는 이 이야기를 한 번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 한 번 여러분이 지금 미국 중부 지역에 가셔서 끝없는 들판의 끝자락에 지금 서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우선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겠죠. 풀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 소리 정도 들릴까요? 그런데, 갑자기 멀리서 아주 낮게 깔린, 윙윙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만히 들어보븐데, 천둥 소리도 아니고, 메뚜기 떼도 아녜요.

바로 그게, 땅 밑에서 울려나오는 ‘서버 팜(Server Farm)’ 소리라고 생각해 보세요 - 창문 하나도 없이 실리콘 칩들이 모여있는, 바로 조용히 미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존재죠.

AI의 ‘버블’을 걷어내 본다면?

미국 경제는 지난 2분기에 반등했습니다: 1분기에는 –0.5%라는 부진한 실적을 보였는데, 그 뒤를 이어 2분기에는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BEA(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미국 경제분석국)가 발표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이걸 두고 ‘회복력’, ‘소프트 랜딩’, ‘미국이 여전히 역동적이라는 증거’라고 찬사를 보낸 것 같아요. 그런데, 물론 미묘한 뉘앙스가 있어요.

이 데이터를 눈을 살짝 뜨고 집중해서 바라보면, ‘AI 관련 지출을 걷어내면, 사실 다른 모든 경제의 부문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AI 덕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멀리 가지 못하고 있는 거죠 - ‘AI가 멱살잡고 하드캐리’한 겁니다.

1분기에 보여준 –0.5% 성장률만 해도 이미 좋지 않은 그림입니다. 그런데 Apollo의 토르스텐 슬뢰크(Torsten Sløk)는 데이터센터 건설만으로도 약 1% 포인트가 추가되었다고 지적을 해요. 그걸 뺀다면, 숫자는 –1.5%로 더 내려갑니다.

2분기는 +3.0%라서 훨씬 건강해진 상황으로 보일 수 있지만, Pantheon Macroeconomics는 2025년 상반기를 좀 더 냉정하게 요약합니다: AI 만으로 약 0.5%포인트의 GDP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이걸 제외하면, 미국은 고작 1% 성장에 머무르고 있는 셈입니다. 마이너스보다는 물론 낫지만, 여전히 너무 보잘것 없는 숫자죠.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 다른 통계가 하나 있습니다: 2019년 이후에, AI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가 53% 증가한 반면에, 그 외의 모든 분야는 사실상 제자리걸음 - 고작 0.3% 상승 - 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Image Credit: Reuters

아래 차트도 한 번 보세요:

Image Credit: RenMac

지금 미국 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은, 가계에서 지갑을 열어서 소비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데이터 센터’입니다. 여러분이나 저나 AI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서, 이런 상황이 마치 괜찮은 것인양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건강한 AI 경제라는게, 단순히 인프라를 짓는 게 아니라 소비자와 기업이 실제로 그 도구를 돈 주고 사서 쓰는 과정이 따라와야 될 테니까요.

그런데, 지금 그 수요 신호는 가계나 기업이 아니라, 이 AI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s), 즉 ‘연구소들’에서 나오고 있는 거예요. 그저 1년에 수십 번 정도 실행되는 엄청난 대규모의 학습 (Training Run)이 국가적인 투자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mage Credit: Sherwood News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에서는 번개같은 속도로 데이터 센터가 끝없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Foxconn과 SoftBank는 오하이오에서 데이터 센터 장비를 생산하기 위해 손을 잡았고, 하이 리스크 프로젝트라고 다들 이야기하는 스타게이트 — 오픈AI와 오라클이 함께 하는 5,000억 달러 규모의 AI 메가 벤처죠 — 를 위해서 과거 한 때 전기차 공장이었던 곳을 데이터 센터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더욱 긴박한 지원을 펼쳐가는 상황에서, 오하이오에 ‘제철소’가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AI 랙(Rack)은 확실히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승자 (Winners)

  • 유틸리티(Utilities)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상업용 전력 수요가 주로 데이터 센터 때문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6년까지 미국 전체 전력의 약 6%가 서버 팜(Server Farm)의 수요로 소비될 거라고 합니다.

  • 칩 제조업체 및 하드웨어 공급업체
    엔비디아, AMD, Broadcom, TSMC, Micron 등, AI 붐을 먹여 살리는 공급망이죠. 이들의 실적 보고서는 말 그대로 풍년의 수확철 모습이예요.

  • 클라우드 임대업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AWS, 오라클. 모든 이 인프라가 결국 호스팅 및 AI 서비스 수익으로 이어져서 이런 회사들의 재무제표에 반영됩니다.

  • AI에 민감한 산업과 관련된 투자자들
    2019년 이후에 AI 관련 산업의 자본 지출은 53% 증가한 반면, 다른 산업들은 제자리 걸음이었으니, 말 다 했죠.

패자 (Losers)

  • 비(非)기술 산업
    2019년 이후에, AI 관련 산업 외 영역에서의 자본 투자는 고작 0.3%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AI 산업의 급등세에 비하면 사실상 정체 상태라고 해야겠죠.

  • 주거용 전력의 소비자
    도매 전력 수요가 높아지면서, 특히 이미 전력망이 부담을 받고 있는 지역에서는 가계 전기요금이 더 비싸질 위험이 있습니다.

  • 물 부족 지역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서 수백만 갤런의 물을 소모합니다. 물이 부족한 주(州)에서는 농민과 주민들이 그 압박을 직접 느끼고 있다고 해요.

  • 중소기업(SMBs)
    전통 산업 분야의 기업들은 자본이 AI 인프라와 스타트업으로 쏠리면서 대출이나 벤처 캐피털 자금을 확보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환경 운동가들
    이번 붐은 철강·콘크리트·에너지 집약적 자산을 고착화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규제 당국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와중에도 탄소 발자국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 경제가 회복력이 있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AI 산업이 아니었다면 지난 1분기는 경기 위축, 2분기는 그저 아주 미미한 반등에 불과했을 거예요. 2025년 상반기는 종합하자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었던 거예요 - AI가 없었다면요.

자, 그렇다고 AI가 신기루 같은 거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데이터 센터가 엄청나게 지어지고 있고, 전력은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질 테고, 이 모든 게 다 현실입니다. 다만, 사실이 아닌 환상이라고 한다면, 지금 광범위하게 경기 회복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일 뿐입니다. 문제는, 나머지의 경제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그 러닝머신이 멈추는 순간 ‘우리가 얼마나 단 하나의 성장 동력에 의존해 왔는가’를 뼈저리게 알게 될 것인가 하는 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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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새로 나온, 주목할 만한 연구 논문

오늘은 ‘A Survey on Diffusion Language Models’라는 서베이 논문을 소개합니다.

이 논문은 자연어 생성 분야에서, 토큰을 순차적으로 예측하는 방식인 자동회귀(Autoregressive, AR) 모델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디퓨젼 언어 모델(Diffusion Language Models, DLMs)에 대한, 일종의 종합적인 개요입니다.

디퓨젼 언어 모델은 토큰을 병렬적으로 생성하고, 문맥을 양방향으로 처리하고, 정제를 반복적으로 하고(Iterative Refinement), 제어를 세밀하게 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기존의 자동회귀 모델이 가진 ’추론의 지연’ 문제를 해소하는 접근 방식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디퓨젼 언어 모델의 발전 과정을 연도별로 중요한 모델과 함께 정리한 타임라인을 알려주고, 연속 공간 모델이산 공간 모델, 그리고 하이브리드 AR-Diffusion 구조까지 포함해서 체계적 분류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사전학습부터 파인튜닝 전략, 추론 최적화 기법(예: 병렬 디코딩, 캐시 활용, 스텝 증류), 그리고 멀티모달 확장 및 응용 분야(텍스트, 코드, 생물학적 분자 등)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퓨젼 언어 모델의 효율성, 장기적인 맥락 처리 능력, 추론 능력 및 인프라 요구사항 같은 한계와 도전 과제, 그리고 향후의 연구 방향도 조사, 제시하고 있습니다.

Image Credit: 오리지널 논문

오늘의 FOD는 간략히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곧 새로운 ‘AI 101’ 에피소드를 다시 공유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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