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 people doing the work. Your headcount is one.
Your finance close runs in #finance. Stripe and QuickBooks reconciled, runway updated, posted Sunday night without you asking.
Engineering review lands in #eng. Viktor pulled the open PRs, left comments on auth-refactor, flagged a dependency blocking api-pagination.
Campaign brief lands in #growth: Meta CPA up 18%, recommendation to pause broad match, a draft landing page already deployed for the variant test.
You hired him on day zero. He lives in Slack and Microsoft Teams alongside your contractors and investors, connects to 3,000+ tools, pushes back when you ship something dumb.
"Viktor is now an integral team member, and after weeks of use we still feel we haven't uncovered the full potential." Patrick, Director, Yarra Web.
‘AI 네이티브 기업’, 아직 없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생겨나기도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업력’입니다 - 50년 된 기업에는 50년치 결정들이 켜켜이 쌓여서 그 회사의 운영 방식 자체로 굳어버리게 되죠. 이건 쉽게 다시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조차 표면적인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기업이 나름의 내부적인 물리 법칙이 작동하는 생태계이고, 그 법칙은 "AI 한번 해봅시다"는 의지 하나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있을 겁니다.
밖에서 보면, 대기업이라는 건 고객, 경쟁자, 수익률에 반응하는 하나의 단일한 조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관찰에 불과해요. 나머지 절반에는 전혀 다른 논리로 돌아가는 내부 경제 구조가 있습니다. 기업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예산'을 씁니다. 예산은 분기별로 나눠지고, 인원 수와 FTE 단위로 계산되고,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부서들 사이에 배분되고, 그 구조 위에서 모든 활동이 조직됩니다. 정보는 권력이 되고, 많은 경우에 그 정보를 혼자 쥐고 있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게 됩니다. 부서마다 자기 영역이 생기고, 그 영역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윗사람을 잘 관리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문 역량이 됩니다. 모든 조직은 결국 어떤 균형 상태에 도달하고, 그 균형은 변화에 저항합니다. 그 상태가 바로 내부 구성원들이 수십 년에 걸쳐 최적화해온 결과물이기 때문이죠.
똑같은 숫자가 담긴 발표자료가, 어떤 방에서는 박수를 받고 다른 방에서는 싸늘한 반응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건 조직의 ‘병리’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는 일사불란한 하나의 조직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는 각자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영역을 지키고, 협상하고, 살아남으려는 수많은 집단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AI 네이티브 혁신”을 다루는 글들 대부분이 이 현실을 무시하기 쉽습니다. 목적지가 어디고, 어디에 도달해야 하는지만 이야기할 뿐이고, 그 여정이 조직이라는 이 거대한 건물을 떠받치고 있는 콘크리트벽과 기둥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은 간과하는 것이죠.
오늘 에피소드에서, 바로 그 부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AI ‘IN’ the business vs. AI ‘ON’ the business
AI를 기업에 적용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AI in the business'인데, 이건 제품을 더 잘 만들고,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고객을 더 잘 응대하는 데 AI를 쓰는 겁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가 시장에 내놓는 것들을 더 잘 만들어내는 과정에 AI를 끌어들이는 거죠.
다른 하나는 'AI on the business'입니다. 이건 회사 자체가 돌아가는 방식을 어떻게 AI로 혁신할 거냐에 관한 건데요.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지,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보가 어떻게 조직의 상부로 올라가는지, 그리고 공식 조직도와 실제 의사결정 구조가 얼마나 다른지, 바로 그 조직의 운영 자체에 AI가 개입하는 거죠.
10명 짜리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이 두 가지가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창업자가 직접 코드를 짜면서 동시에 방향도 결정하고 회계 장부도 보죠.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5만 명짜리 대기업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떤 은행은 최신 AI 사기 탐지 시스템을 출시하면서도, 정작 분기별 계획은 임원 비서들이 이메일로 주고받는 슬라이드로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제조사는 창고 물류에 컴퓨터 비전 기술을 도입했으면서도, 인력 예산은 회계연도 초에 FTE 단위로 결정해버리는 방식을 그대로 쓸 수도 있구요. 즉, 파는 제품은 AI 네이티브인데, 회사 자체는 여전히 AI 이전 시대의 방식으로 굴러가고 있을 수가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겉은 바뀌었는데 속은 그대로인 거죠.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는 AI 작업은 이 첫 번째, 즉 'AI in the business'에 거의 집중되어 있고, 정작 두 번째인 'AI on the business', 조직 자체가 돌아가는 방식에는 손을 거의 대지 않거나 못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에 만들어진 시스템, 몸에 밴 관행, 오래된 의사결정 구조들이 여전히 그대로 살아 있는 거예요.
그래서, 기업에서 던져볼 만한 진짜 질문은 이겁니다. 제품을 바꾸는 것과 조직 자체를 바꾸는 것, 이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해낼 수 있을까요?
AI가 조직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직의 운영 방식 자체가 AI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라는 곳에서는 자기가 아는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게 개인에게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인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 이야기했던 바로 그 문제입니다.
그리고,진짜 거친 싸움이 시작되는게 바로 그 곳이예요.
AI 에이전트는 왜 조직의 숨겨진 권력 구조에 부딪히는가
모든 조직에는 두 개의 지도가 있습니다. 하나는 벽에 붙어 있는 공식 조직도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일이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이 두 가지는 꽤 많이 다르죠.
사람은 이 두 번째 지도를 본능적으로 찾아내죠. 메타의 Andrew Bosworth는 이걸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리했습니다. 새 팀에 합류하면 팀원 한 명 한 명과 30분씩 면담을 합니다. 25분은 "제가 알아야 할 것들을 다 얘기해 주세요", 3분은 "지금 팀의 가장 큰 문제가 뭔가요", 마지막 2분은 "또 누구를 만나봐야 할까요"라고 묻습니다. 새로운 이름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 이름들을 찾아가 똑같이 반복한다고 해요. 이렇게 일주일을 하면, 공식적인 조직도 뒤에 숨어 있는 진짜 조직 지형이 머릿속에 그려진대요. 그리고 능력 있는 신임 임원들은 거의 다 이런 방식을 쓴다고 하구요.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지 않을 뿐이고, 그냥 "적응 기간"이라고 부를 뿐인 이 방식, 꽤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조직의 두 번째 지도를 찾아낼 방법이 없죠.
에이전트는 어딘가에 기록된 것만 읽을 수 있습니다. 경리팀 비용 처리 기준이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다면, 에이전트는 그걸 쓸 방법이 없습니다. 실제 결재를 받으려면 조직도에 나오지 않는 세 사람을 거쳐야 한다면, 에이전트는 조직도에 나온 사람한테만 요청을 보내다가 일을 막아버리게 될 겁니다. 사람이라면 담당자에게 한 번만 물어보면 되지만, 에이전트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업무가 돌아갈 때마다, 팀이 바뀔 때마다, 예외 상황이 생길 때마다 매번 그 정보가 필요합니다. 담당자는 한 명인데 에이전트는 수백 개입니다. 결국 에이전트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조직이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굳이 적어두지 않았던 모든 것을 문서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기술의 도입 문제가 조직 내의 권력 문제로 바뀌게 됩니다.
사람이 파악한 조직의 실제 운영 방식은, 그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에이전트가 쓸 수 있는 문서로 만드는 순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담당자만 알고 있던 비용 처리 기준이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가 되죠. 실제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결재 과정이 공식적으로 드러나구요. 모두가 알면서도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던 것들, 특정 거래처에만 적용되는 가격 예외, 관행적으로 처리해온 인보이스 방식, 벤더와의 특약 같은 것들이 에이전트가 읽고 감사인이 들여다볼 수 있는 문서로 남게 된다는 겁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이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죠, 아직 그런 담당자가 없기가 쉬울 테니까요. 반면에, 업력이 긴 대기업은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들이 나쁜 사람이라는게 아닙니다. 자신만 아는 정보가 곧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조직 안에서, 그냥 합리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런 차이 때문에,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아래 표의 L2 수준에까지 상당히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반면에, 대기업에는 그 과정이 너무도 지난한 여정을 거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그러니 AI 도입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저항의 상당 부분은, 기술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나면 지금의 힘의 균형이 깨진다는 것을 사람들이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오히려 훨씬 더 많습니다.
섀도우 IT, 섀도우 AI, 그리고 섀도우 조직
겉으로 보이는 조직과 실제로 돌아가는 조직은 다릅니다. 그 간극의 절반은 사람들 머릿속에 있고, 나머지 절반은 섀도우 IT 안에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도입한 시스템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사람들은 기다리지 않고 알아서 방법을 찾습니다. 개발자는 개인 노트북에서 스크립트를 돌리고, 재무팀은 회사 ERP 대신 자기 스프레드시트에 진짜 숫자를 관리하고, 영업 담당자는 회사 CRM 대신 자기가 찾아낸 도구에 실제 영업 현황을 기록합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공식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업무, 진짜 일은 공식 시스템의 경계 바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직원들이 규정을 어기는 문제, 즉 거버넌스의 실패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죠. 완전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건 대체로 대기업 안에서 실제로 일해본 적 없는 사람들의 시각이기가 쉽습니다.
섀도우 IT는 문제가 아니라 신호거든요. 공식 시스템이 어느 지점에서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는지를 정확히 가리키는 지표예요. 그러니까, "섀도우 IT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입니다. 억누를수록 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 뿐이고, 결국 통제는 더 어려워집니다. 올바른 질문은, 어떻게 하면 공식 경로를 섀도우 경로보다 더 빠르고 쓰기 편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지금, AI의 도입 과정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회사가 AI 툴 하나를 공식적으로 도입하려면 구매 승인 절차만 몇 달이 걸리는데, 당장 이번 주 안에 분석을 끝내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개인 계정으로 ChatGPT를 열고 회사 문서를 올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죠. 회사의 공식 AI 전략이라는 게 실행 계획도 없이 보고서 한 장으로 끝나 있으니, 중간 관리자는 기다리는 대신 혼자서 Claude로 업무 자동화 도구를 만들어 씁니다. 공식 승인을 기다리다가는 언제 될지 모른다 싶은 팀장은 아무 말 없이 에이전트를 실제 운영 데이터베이스에 연결해 버릴 수도 있죠. 지금 이 순간 회사 내부에서 아무도 모르게 돌아가고 있는 ‘비공식 AI’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 아마 없을 겁니다.
이게 바로 섀도우 AI입니다. 아마, 수많은 조직에 이미 많이 퍼져 있을 겁니다. 이걸 막겠다는 건, 계획이라기보다는 망상에 가깝습니다.
섀도우 AI가 생겨나는 이유, 그리고 그것을 막는 방법
이런 ‘섀도우 AI’가 생겨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회사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AI 환경이 너무 느리고 불편하기 때문이예요. 따라서, 해결책도 단순합니다 - 회사가 직접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해야 할 일의 목록은 엄청나죠.
그렇지만, 잘 정리해서 크게 보면 세 가지입니다. 무엇을 표준화할 것인가, 그 표준화 기준 아래에 무엇을 갖춰야 하는가,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먼저 표준화입니다.
플랫폼을 하나든, 두 개든, 골라서 밀어붙이세요. Claude든, GPT든, Gemini든,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어느 하나가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니고,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기다릴 이유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조직 전체가 "우리는 이걸 씁니다, 이게 회사 공식 툴입니다, 교육자료와 문서는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겁니다. 쓰는 툴이 사람마다 다 다른 회사는 사실상 아무 툴도 없는 것과 같습니다.
플랫폼을 골랐다면 그 위에 올라가는 것들도 관리해야 합니다. 스킬, 에이전트, 내부 시스템에 연결하는 MCP 서버들입니다. 이것들이 없으면 플랫폼은 장난감에 불과하고, 실제 생산성의 혁신을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들은 하나하나가 회사가 새로 끌어안는 외부 시스템이니만큼, 정식으로 쓰기 전에 검토가 필요하고, 변경될 때마다 다시 여러 관점에서 체크를 해 봐야 합니다. 2년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관리 업무가 등장하는 겁니다.
다음은 그 아래에 갖춰야 할 것들입니다.
에이전트가 한 모든 행동은 나중에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 누가 요청해서, 어떤 데이터를 넣었고, 어떤 판단을 거쳐서, 어떤 결과를 냈는지, 사람이 개입했다면 어느 단계에서 했는지까지 전부 기록으로 남아야 합니다. "에이전트가 환불을 처리했습니다"가 아니라,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정에 제출할 수 있고, 개인정보 열람 요청에 답할 수 있고, 금융감독 기관의 요청에도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의 기록이어야 합니다. 기록을 남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유효한 수준으로 남기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이 작업의 규모를 제대로 가늠한 기업은 아직 거의 없습니다.
고객 데이터 문제도 미리 답을 준비해야 합니다. 고객 데이터가 모델 제공업체 서버로 넘어가고 있나요? 그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 쓰이고 있지는 않나요? 그렇지 않다는 걸 실제로 증명할 수 있나요? 데이터가 어디에, 얼마 동안, 어느 나라 법의 적용을 받으며 저장되나요? 요즘 고객사 계약서에는 2년 전만 해도 없던 조항들이 빼곡히 들어가 있고, 제대로 된 법무팀이 있는 고객이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사항들입니다. 말로만 "우리는 고객 데이터로 학습하지 않습니다"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그렇게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그 설정을 언제든 확인해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은 이걸 증명하지 못합니다.
문서 보안 등급 문제도 있습니다. 사람이 기밀 문서 다섯 개를 읽고 요약을 쓰면, 그 요약은 원본 문서와 같은 보안 등급을 갖습니다. 에이전트가 같은 문서 다섯 개를 읽고 요약을 쓰면, 그 요약의 보안 등급은 무엇인가요? 다섯 개 중 네 개에는 접근 권한이 있지만 한 개에는 없는 사람이 에이전트를 돌렸다면 어떻게 되나요? 사람을 대상으로는 수십 년에 걸쳐 이미 정리된 문제들입니다. 정보를 읽고, 섞고, 가공해서 내보내는 에이전트에게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에이전트의 신원과 권한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전트가 어떤 작업을 실행할 때, 그건 누구 자격으로 하는 건가요? 요청한 사람의 권한을 그대로 물려받나요, 아니면 에이전트 자체의 계정으로 하나요? A라는 직원이 요청한 에이전트가 B만 볼 수 있는 자료에 접근하려 하면 어떻게 되어야 하나요? 지금까지 회사 시스템의 접근 권한 체계는 전부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그 체계가 사원증도 없고, 상사도 없고, 인사 평가도 받지 않는 에이전트들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사고 대응입니다.
에이전트가 잘못된 일을 했을 때 어떻게 할지를 미리 정해두어야 합니다. 누가 먼저 보고를 받나요? 이미 실행된 작업을 어떻게 되돌리나요? 이미 고객에게 나간 이메일, 처리된 결제, 변경된 데이터는 어떻게 하나요? 고객에게는 어떻게 알리나요? 최종 책임은 누가 지나요? 대기업에서 에이전트가 처음으로 큰 사고를 냈을 때, 아무도 생각해두지 않았던 질문들이 한꺼번에 쏟아질 텐데, 그 전에 미리 시나리오를 만들고 점검해두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고객에게 하는 약속도 실제로 지킬 수 있는 것만 해야 합니다. "고객 데이터로 학습하지 않습니다", "동의 없이 외부 모델에 데이터를 보내지 않습니다", "요청하면 삭제해 드립니다", "AI가 고객 계정과 관련해서 한 모든 행동의 기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것들은 이제 웬만한 기업 고객의 구매 심사 서류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항목들입니다. 이걸 실제로 이행할 체계를 갖추거나, 아니면 그 고객의 사업을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지금 대부분의 기업은 일부 경우에 대해서만, 그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방식으로 갖추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자, 이런 것들이 실제로 실행해야 할 일들입니다. 어떤 AI 전략 보고서도, 플랫폼을 파는 벤더도 이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 솔직하게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AI on the business'가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직원들이 회사 몰래 AI를 쓰는 이유는 회사가 이 일들의 무게를 아직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고, 현장에서는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이 무게를 실제로 감당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섀도우 AI보다 빠르고 편할 때, 비로소 직원들은 굳이 다른 길을 찾지 않겠죠. 더 안전하기만 해서는 부족합니다. 더 빠르고 편해야 합니다.
기존의 잣대로는 AI 시대의 가치를 잴 수 없다
섀도우 AI를 막을 환경을 갖추는 것만으로 끝이 아닙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더 근본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도 플랫폼 벤더들이 아직 잘 꺼내지 않는 문제인데, 그들 입장에서는 똑부러진 해결책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 문제는 바로, 기업이 지금껏 가치를 측정하고 돈을 받아온 방식 자체가 AI 시대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컨설팅이나 법무 같은 서비스 업종은 오랫동안 시간 단위로 요금을 청구해왔습니다. 따지고 보면 시간이란 가치를 재는 단위가 아니라 비용을 재는 단위입니다. 더 나은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업계 전체가 암묵적으로 시간을 가치의 대용으로 써온 겁니다. 80시간짜리 분석 작업을 에이전트가 40분 만에 해치우는 순간, 이 오래된 합의가 무너집니다. 40분에 대해 기존 시간당 요율로 청구하면 말이 안 되고, 실제로 하지도 않은 80시간을 청구하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만들어낸 가치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것을 청구서에 담을 방법이 없습니다.
디자인 업종은 결과물 단위로 청구해왔습니다. 완성된 PDF, 피그마 파일, 브랜드 가이드라인. 이 결과물들은 그 안에 녹아든 생각과 판단의 대가로 받는 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과 에이전트가 함께 작업해서 하룻밤 사이에 결과물이 나오면, 이 공식도 흔들립니다. 견적을 어떻게 내는지, 가격을 어떻게 정하는지, 누구를 채용하고 어떻게 교육하고 어떻게 승진시키는지, 이 모든 것이 사람이 일정한 속도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전제 위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사용자 수 단위로 요금을 받아왔습니다. 직원 한 명에 계정 하나, 월정액 요금제 하나. 그런데 에이전트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 돌아가고, 여러 개가 동시에 늘어나고, 사람 수로는 도무지 셀 수 없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기업 간 소프트웨어가 기업과 에이전트 사이의 소프트웨어로 바뀌고 있는데, 요금 체계도, 보안 체계도, 신원 확인 방식도, 고객 지원 방식도 전부 다시 짜야 하는 상황입니다.
기업에는 수십 년에 걸쳐 켜켜이 쌓인 운영 체계가 있습니다. CFO의 실적 예측, 구매 조달 정책, 인사팀의 인력 계획, 영업팀의 성과 보상 구조. 이것들은 모두 인원수, 투입 시간, 사용자 수, 결과물 수, 분기 예산이라는 단위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는 이 단위들 중 어느 것으로도 잘 잡히지 않습니다. CFO는 기존 방식으로 계획을 세울 수 없고, 구매팀은 기존 방식으로 도입 승인을 할 수 없고, 인사팀은 기존 방식으로 인력을 배치할 수 없습니다. 가치는 분명히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재는 도구가 이전 시대의 것입니다.
결국 문제는 여기서 하나로 모입니다. 에이전트가 조직의 일원으로 제대로 작동하려면, 지금 인사 시스템이 사람에게 해주는 것들과 같은 성격의 관리 체계가 에이전트에게도 필요합니다. 누구인지 확인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하고, 무엇을 했는지 기록하고, 누가 책임지는지 정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때 어떻게 정리할지까지.
거의 모든 플랫폼 벤더는 에이전트가 돌아가는 엔진만 팝니다. 그 엔진이 회사 안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환경, 즉 신원 관리, 권한 체계, 행동 기록, 사고 대응 절차를 에이전트에 맞게 갖추는 것은 기업 스스로 갖추고 운영해야 합니다.
별도 조직을 만드는 것도 대부분 실패한다
요즘 테크 언론에서 자주 나오는 조언이 있습니다 - 바로, ‘AI 네이티브 자회사’를 따로 만들라는 겁니다. 사실 저도 대기업에서 AI 전환을 담당하기는 임원분들께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요. 기존 조직의 낡은 시스템에 발목 잡히지 말고, 작고 빠른 팀을 새로 꾸려서 처음부터 AI 중심으로 설계하라는 것이죠.
솔깃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잘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렇게 됩니다 - 팀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정작 필요한 것들, 즉 고객 데이터, 실제 매출, 핵심 시스템에는 접근할 수 없는 경우가 아주 많아요. 그런 중요한 요소들은 여전히 기존 조직 안에 있고, 기존 조직은 새로운 것이 자기 영역을 침범하면 본능적으로 밀어냅니다. 협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공유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 팀이 하는 일은 이사회 보고용 데모를 만들고, 그럴듯한 화면을 캡처하고, 보고서에 들어갈 성과를 포장하는 것으로 끝나게 됩니다. 그 결과, 실제 사업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진짜 AI 전환은 그런 방식으로 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AI 전환은, 궁극적으로 기존 조직을 안에서부터 바꾸는 일입니다.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AI도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직원들이 몰래 쓰는 AI보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AI 환경을 더 빠르고 편하게 만들고, AI가 만들어내는 가치를 조직이 실제로 인식하고 측정할 수 있도록 운영 방식을 바꾸는 일입니다. 느리고, 돈이 많이 들고, 조직 내부의 저항과 싸워야 하는 일이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당신이 기업에서 AI 기반의 혁신을 이끄는 분이라면, 자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실제 권한을 가진 내부 AI 팀을 꾸리는 겁니다. 여기서 ‘권한’이 중요합니다. 자문만 하는 위원회로 만들면 안 되고, AI 전도사 한 명을 세워두는 것도 안 됩니다. 예산을 쥐고, 결정을 내리고, 회사가 쓰는 AI 툴과 그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을 지는 엔지니어링 팀이어야 합니다. 그 팀이 회사의 AI 환경을 섀도우 AI보다 빠르고 편하게 만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모든 기업이 이것을 해낼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어떤 기업은 기존 방식을 완전히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어떤 기업은 10년에 걸쳐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다가 서서히 하나로 합쳐갈 겁니다. 어떤 기업은 결국 살아남지 못하겠죠.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좋은 AI 제품을 샀거나, 유능한 AI 책임자를 임명해서 되는 게 아니라, ERP 도입, 클라우드 전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때도 그랬듯이, 화려하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지만 조직의 뼈대를 바꾸는 구조적인 작업을 실제로 해낸 기업들입니다. 컨설팅 업계는 종종 이걸 그럴듯한 방법론으로 포장하려 하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이건, 포장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진짜 분기점
오랫동안, 엔터프라이즈 AI를 둘러싼 논의는 결국 ‘제품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어 왔습니다. 어떤 모델을 쓸 것인가, 어떤 벤더를 고를 것인가,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맞는 것을 고르면 나머지는 따라온다고들 생각한 거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기업에게 진짜 중요한 질문은 거기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기업이 목표로 삼고 통과해야 할 진짜 분기점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조직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지금까지 누군가의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 관행적으로 처리해온 것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던 것들을 AI가 읽고 실행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에 선이 그어집니다.
정보를 쥐고 있는 것이 힘이던 시절에는, 드러내지 않고 쌓아두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조직의 작동 방식이 투명하게 열려야 하는 시대에는, 그 오래된 전략이 오히려 짐이 됩니다. 이 전환을 먼저 해내는 기업들은 상당한 경쟁 우위를 오랫동안 향유하게 될 것이고, 기존의 운영 방식을 놓지 못하는 기업들은 그것을 지키는 데 앞으로의 10년을 쓰게 되고, 결국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겁니다.
'AI in the business'는 그나마 쉬운 절반입니다. 진짜 어려운 것은 'AI on the business'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내부 저항과 정치적 마찰을 감수할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10년 후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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