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2025년 12월 한 달 튜링포스트 코리아의 발행을 잠시 쉬었습니다. 기다려주신 구독자 분들께 감사드리고, 2026년은 조금 더 찬찬히, 그렇지만 꾸준히 여러분과 만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병오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I에 ‘익숙해지는’ 시대에서, AI를 ‘쓸모있게 만드는’ 시대로
2025년 6월, 튜링포스트 코리아의 어느 글에서,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마법같았던 뭔가가 이제 너무 익숙해지고 필수적인 것이 되어 버려서, 그림의 ‘배경’으로 사라지는 순간입니다. 한 때 그게 마법이었다는 사실조차 잊게 되는 거죠. 마치, PC통신을 하기 위해서 썼던 거친 모델 연결음이 일상적이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과 그저 이미 연결되어 있는 와이파이 속도를 무심하게 확인하는 것 정도의 차이라고 할까요?”
더더욱 그 때 드렸던 이 말씀이, AI 씬에서는 더 이상 맞아들어갈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튜링포스트 코리아에서는 “2025년이 ‘에이전트의 해’가 될 겁니다”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실제로의 2025년은, 우리 모두가 AI에 익숙해진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막 시작한 2026년은, AI가 실제로 우리 곁에서 ‘제대로 작동’하기를 요구하고, 그것을 ‘검증’할 줄 알게 되는 한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AI 인프라의 방향 전환(Pivot): ‘더 많이(More)’에서, ‘더 잘(Better)’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CTO인 마크 루시노비치(Mark Russinovich)는, 올해 나타날 이 변화를 가장 근본적인 층위, 즉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산업은 이제 GPU의 총량을 쫓는 경쟁에서 벗어나서, 와트당·달러당 얼마나 ‘유효한 지능’을 만들어내는지를 목표로 두는 전쟁터가 될 겁니다. ‘AI의 성장’이라는 건 더 많은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과 절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컴퓨팅 파워를 ‘의미 있게’ 쓰느냐에 관련된 문제입니다.”
마크가 바라보는 차세대의 AI 인프라는, 지역적으로 연결된, 그렇지만 분산된 슈퍼컴퓨터들이 조밀하게 연합하면서 컴퓨팅 파워를 공유하는 구조로 보입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이 시스템은, AI 워크로드를 실시간으로 배분하는, 일종의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처럼 작동할 거라고 합니다 - 어딘가가 느려지면 다른 곳이 즉시 대신 움직이고, 어떤 자원이라도 놀지 않게끔 하는 방식이죠.
주어진 정책을 기반으로 해서 토큰 당 비용을 최적화하는 이 연합형(Federated) 아키텍처가
앞으로 AI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떠받칠 청사진이 된다는 설명을 마크는 덧붙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비전’입니다. 그리고, 이 비전에 대해서 컴퓨터 사이언티스트인 데니스 기펠러(Denis Giffeler)는 특유의 유럽식 현실주의 뉘앙스를 담아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2026년, AI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해가 될 것입니다. 다만, 전기 계량기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되고 힘든 한 해가 되겠죠.”
2026년에도 빅테크들은 ‘이 모델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았던 모든 것들을 재정의한다’는 식의 캐치프레이즈로 무장한 새로운 모델들을 계속해서 내 놓을 겁니다 - 물론 그 주장이 한 일주일쯤 뒤에는 또 다른 회사의 새로운 모델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겠지만요.
한편, EU를 필두로 한 각국의 정부들은, AI와 관련된 그 어떤 발전 사항이라도 본인들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어떻게든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가열차게 할 겁니다. 중국의 경우는, 유럽 등 서방국과는 다르게 브레이크를 걸지 않고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데 전력을 다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국가로 여전히 남을 거구요.
‘신뢰’의 댓가, 그 청구서가 날아온다
하지만, AI 인프라에 대한 논쟁과 규제라는 표면 아래에서는, 그보다 더 어쩌면 중요하고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이제 AI에 익숙해졌죠? 이제 앞으로 필요한 건 바로 ‘검증’, 즉 AI를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리 모두의 대답입니다.
Empromptu의 CEO 샤네아 레빈(Shanea Leven)은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합니다:
“2023~2025년은 데모의 시대였습니다. 이제 2026년은 프로덕션 환경에서의 정확도가 중요한 시대가 될 겁니다. 기업들은 더 이상 ‘마법같은 순간’에 돈을 내지 않고, 앞으로는 95% 이상의 신뢰도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요구할 겁니다.”
Adarga의 제품 총괄인 올리 카마이클(Ollie Carmichael)은, 이런 변화가 - 어쩌면 당연하게도 - 특히 고위험 산업에서 두드러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국방, 금융, 헬스케어 등의 분야에서는, 곧 기존과 같은 ‘블랙박스 AI’와의 허니문이 끝나게 될 겁니다 -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I의 기반인 ‘신경망’은 강력한 범용성을 제공하지만, 어떤 의사결정이 왜 그렇게 이루어졌는지를 체크하게끔 해 주는, 수학적인 정밀성을 보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이죠. 올리의 예측은 아주 명확해요 - 완전히 새로운 알고리즘이라기보다는 아키텍처 차원의 전환, 그런 관점에서 실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뉴로-심볼릭 AI라는 방법론이 부상할 거라는 겁니다. 그리고 MaaS(Model-as-a-Service) 공급자가 제공하는 것과 실제 이걸 활용할 기업에서 필요한 요구사항 사이의 간극(Gap)을 메우기 위해서 Forward Deployed Engineer라는 역할이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될 겁니다. 확률적 시스템에 신뢰성을 ‘엔지니어링’하는, 결정론적인 인간적 요소라고나 할까요?
IntelliTrade의 공동 창업자이자 L7A 예측 시스템을 만든 크리스토퍼 웬들링(Christopher Wendling)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네요. 크리스토퍼는 2026년을 역전파(Backpropagation)의 한계를 제대로 느끼게 될 해라고 하면서, ‘Utilitarian Intelligence(실용적 지능)’의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역전파는, 가장 중요하고 위험한 영역에서 필요한 ‘신뢰성’의 문제를 제공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크게 스케일링하면 해결된다’는 믿음에서 벗어나서, 왜 모델이 환각을 일으키고, 드리프트를 일으키고, 정상 분포 외의 오류를 만들어내는지 이해를 하는게 중요해질 겁니다.” XOR 문제같은 단순환 문제, 사람한테는 아주 쉬운 이 문제를 통해서, 기하학적인 구조를 바라보지 못하는 역전파의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죠 - 경사(Gradient)로 맞춰낸 모델은 구조를 발견하는게 아니라 그 표면을 근사(Approximation)할 뿐이니까요. 이 분포가 조금만 흔들리면, 근사(Approximation)는,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고위험 영역에서라면, AI의 환각은 흥미로운 현상이 아니라 이걸 쓸 수 있냐 없냐를 결정하는 실격 사유가 됩니다.
결국, AI의 미래는 더 큰 모델에 있는게 아니라, 더 ‘진짜를 보는(Truer)’ 모델이겠죠 - 구조를 이해, 보존하고, 불확실성을 담아내면서, 현실 세계의 노이즈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모델 말입니다.
사용자 경험의 변화: 채팅 인터페이스를 넘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컨텍스트 엔지니어링, 바이브 코딩, 협력 코딩(Co-coding)… 작년 한 해 엄청나게 많이 언급되었던 주제들이죠.
2026년, 이런 논쟁은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할지도 모릅니다.
Empromptu의 CEO 샤네아 레빈은, “앞으로의 AI는 우리가 같은 말을 반복하게끔 하지 않을 겁니다. 뭐가 필요할지 미리 예상할 거예요. 지속되는 메모리, 예측형 UI, 개인화된 워크플로우 등을 통해서 AI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OS 레이어가 될 겁니다. 그리고, 2026년, 지금과 같은 채팅 인터페이스는 사라질 겁니다.”라고 예언합니다.
한 때, AI라는 기술을 맞닥뜨린 우리 모두가, AI가 우리와 협업할 대상인지, 아니면 우리는 AI가 필요할 때 호출만 하면 되는 도구 정도의 존재로 전락할 것인지 고민했던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AI가 우리 인간을 부르거나 호출하는 순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하는 고민까지도 했죠.
2026년 현재, 그에 대한 답은, ‘둘 다 아니다’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AI 오퍼레이터가 되어야 합니다. AI 시대, 가장 가치있는 역할은 아마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도,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도 아닐 거예요. AI 네이티브 시스템을 ‘비즈니스 결과를 만들어내게끔 조율’하는 것, 즉 새로운 형태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는 것일 겁니다.
플랫폼 전쟁의 시작
Nutanix의 리 캐스웰(Lee Caswell)은 AI의 다음 단계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우리는 이제 10년에 걸쳐 일어날 플랫폼 전쟁의 초입에 들어섰습니다. 이 승부는, 개별적인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 전체의 유연성과 탄력성에서 갈리게 될 겁니다.”
많은 기업들이 그저 맹목적으로 ‘AI-First’를 외치는 단계에서 ‘AI-Smart’를 인식하는 단계로 이동하면서, 클라우드가 확산될 때 그랬듯이 AI가 실제로 의미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다시 따지게 될 겁니다.
이 싸움에서의 승자는, 개방성(Openness)을 선택하는 자 - 컨테이너의 선택권, LLM의 선택권, GPU의 선택권 - 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코딩의 대전환
마지막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예측은 전 Sourcegraph 출신의 스티브 야게(Steve Yegge)가 이야기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내년(2026년) 여름에도 IDE를 쓰고 있다면, 높은 확률로 당신은 좋은 엔지니어는 아닐 겁니다.
내년은, 기술적인 사람(Technical People)들이 코딩을 하는 해가 될 겁니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는 귀담아들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브 코딩을 주축으로 우리에게 ‘코딩은 생산성 스킬’이라는 관념이 아주 광범위하게 자리잡았지만, 오히려, AI가 코드 작성을 대체하면서 단순히 코드를 ‘치는’ 역할은 사라지고, 시스템을 이해하고 설계하고, 실패와 제약까지 책임질 수 있는, 기술적으로 깊은 사람들이 필요한 부분만 직접 코딩하게 되는 시대가 온다는 뜻일 겁니다. 코딩이 더 이상 생산성 중심의 노동이 아니라, 판단과 책임이 수반되는 고밀도 기술 행위로서, 전문가의 영역으로 돌아온다는 말이겠죠.
스티브와 다른 전문가들이 말하는 ‘AI 코딩 시대에 살아남는 법’에 관심있으시면, 아래 영상도 한 번 참고해 보세요:
이 모든 게 의미하는 바
도입의 격차(Adoption Gap)는 현실에 본격적인 결과의 격차로 나타납니다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AI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기술이자 사회적 현상이라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AI를 한 번도 써 보지 않으신 분도 있을 테고, 어떤 분들은 앞으로도 절대 쓰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시겠죠.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이동과 생산 수단으로서의 ‘말’에 매달렸던 사람들처럼, 또
전화·컴퓨터·인터넷을 거부했던 사람들처럼요.
그분들의 생각이 ‘원칙적으로’ 틀렸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쨌든 이 기술의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복리적 우위를 과소평가한 분들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 거부의 심리 밑바닥에는, 자신의 일이 의미가 없거나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2026년에는 이 도입의 격차가 바로 미래에 자리잡게 될 공고한 구조로 나타나게 될 겁니다 - 그 구조적 격차가 이만큼 거대하고 선명했던 기술은 AI 이전에는 없었다고 우리 모두가 기억하게 될 겁니다.
올바른 태도는, 믿음을 해체하는데서 시작해서 의미있는 검증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AI 시대에 승리하는 태도가 맹목적으로 AI라면 무조건 도입하고 채택하자는 거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것은, 바로 절제된 사용입니다. 검증이 이루어진 사용이라고 할까요?
AI는 더 이상 마법이 아니라 - 여전히 대단하긴 하지만요 - 우리가 원하고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되어야 합니다.
AI의 출력을 확인하고, 시스템에 제약 조건을 걸고, 실패를 감지할 줄 아는 능력은 더 이상 니치(Niche) 영역의 기술이 아니라 그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소양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AI 리터러시는 이제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입니다.
도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시스템의 소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역할도 AI의 역할 변화와 함께 움직이겠죠. AI를 그저 내가 그 때 그 때 원하는 답변을 내주는 ‘지름길’이 아니라, 계속해서 설계·감독·수정해야 할 시스템으로 다루는 사람과 조직이 우위를 갖게 될 겁니다.
미래는 AI 오퍼레이터의 것입니다. AI가 어디에 있어야 하고, 어디에는 없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자율적으로, 또는 내 가이드를 받아가면서 행동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사람들 말입니다.
2026년 새해를 맞아서, 튜링포스트 코리아 팀이 2026년에 가장 주의깊게 지켜보려고 하는 돌파구는, AI와 과학의 결합, 피지컬AI와 로보틱스에서 로봇이 해 내게 될 우리 일상의 지루한 작업들, 새로운 AI 아키텍처,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새로운 교육의 방식과 체계 같은 것들입니다.
또 1년이 지나 2026년을 회고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 있든, 여전히 불확실성의 자리, 그리고 놀라움의 영역은 늘 남아 있을 겁니다.
오늘, 2026년의 첫 FOD는 데니스 기펠러의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2026년은 장엄한 한 해가 될 겁니다 - 특히, 그걸 견딜 만큼 유머를 가지신 분들한테는요. (2026 will be magnificent. Especially for those with enough humor to endur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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