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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또 다시 오랜만에 Gen AI 유니콘 시리즈에서 뵙습니다.
오늘은 사람의 행동을 통째로 모델링하겠다는 비전으로 3억 달러(약 4,200억 원)를 끌어모은 Simile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이 회사는, 스탠퍼드에서 나온 '스몰빌' 연구가 기초가 된 회사로, 최종 목표는 지구에 사는 80억 명 전부를 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다만 지금까지 이 회사가 실제로 해낸 걸 보면 아직까지는 그 비전 대비 훨씬 소박해요. 기업이 아이디어를 미리 추려내고, 예전에 했던 조사를 다시 맞혀보고, 어느 가설을 진짜 실험으로 옮길지 고르는 걸 돕는 정도입니다. 합성 인구집단(Synthetic Population)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 회사가 진짜로 노리는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생성형 AI가 '해 볼 만한 것'을 무한정 찍어내기 시작하면, 그중에 뭘 실제로 내보낼지 골라주는 쪽이 오히려 귀해지거든요. 그 자리를 맡겠다는 겁니다.
자, 그럼 Simile에 대해 알아보러 함께 가 보시죠!
2023년 4월에 나온 「Generative Agents: Interactive Simulacra of Human Behavior」라는 논문이 있죠. 기억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은데요, 다들 그냥 '스몰빌(Smallville)'이라고 부르시죠. 픽셀로 그린 작은 마을 하나를 만들어놓고 AI 캐릭터 25명을 들여보낸 연구입니다. 각자한테 직업도 주고, 친구 관계도 주고, 기억도 주고, 하루 일과까지 짜준 다음에 알아서 살아보라고 한 거예요.
에이전트 메모리, 프로파일링,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에이전트 소셜 네트워크. 이런 주제를 다룰 때마다 저희도 이 논문을 인용했습니다. 2023년만 해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걸 눈으로 보여준 연구였거든요. LLM한테 기억을 붙여주고 다른 에이전트들 사이에 놓아두면 챗봇과는 다른 뭔가가 된다, 이 이야기 말이죠.

스몰빌. Image Credit: 오리지널 논문
그 연구가 이제 회사가 됐습니다. 문 연 지 6개월도 안 돼서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인정받았고, 목표는 지구에 사는 80억 명 전부를 시뮬레이션하는 겁니다.
Simile의 CEO는 이걸 "인간 사회의 CERN"이라고 부릅니다. 뱅크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기후 협상은 왜 매번 깨지는지, 민주주의는 어떤 순서로 무너지는지, 이런 걸 실제로 돌려볼 수 있는 실험장을 말하는 것이죠. 언젠가는 1억 달러(약 1,400억 원)를 들여 몇 달씩 돌리는 시뮬레이션 하나를 상상하기도 합니다.
자, 그럼 이걸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고, 지금 만들고 있는 물건은 정확히 뭘까요? 투자자들은 왜 여기에 이만한 돈을 붓고 있을까요?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뭐가 달라졌길래 시뮬레이션이 갑자기 이렇게 주목받는 분야가 됐을까요? 이런 것들, 하나씩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대학 연구실 논문 한 편이 어떻게 산업의 밑그림이 되어가는지, 꽤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한 문단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Simile AI는 Generative Agents 논문을 쓴 연구자들이 차린 인간 시뮬레이션 회사로, 인터뷰, 설문, 행동 데이터에 고객사가 가진 데이터까지 끌어모아서 사람들의 집단을 하나 만들어놓고, 기업이 제품이나 메시지, 가격, 정책을 여기에 던져봅니다. 진짜 사람들한테 물어보기 전에 반응을 미리 보는 거죠. 2026년에만 3억 달러 넘게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입니다. 멀리 보는 목표는 80억 명 전부구요.
스몰빌보다 먼저, 시뮬레이션 서브레딧이 있었다
Simile 이야기의 시작은 설문조사도 디지털 고객도 아니었습니다. 소셜 플랫폼에 대한 궁금증 하나에서 출발했어요.
스탠퍼드 박사과정이던 박준성 씨(Joon Sung Park)가 시뮬레이션을 파기 시작한 건 2020년쯤입니다. GPT-3가 배운 적도 없는 일을 척척 해내는 걸 다들 신기해하던 무렵이죠. 그가 눈여겨본 건 좀 다른 지점이었어요. 이 모델들이 텍스트며 대화며 소셜 미디어를 학습하면서,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자잘한 패턴을 엄청나게 많이 주워 담았다는 겁니다.
2022년, 박준성 씨와 동료들은 「Social Simulacra」를 발표합니다. 스몰빌의 앞선 형태라고 보시면 돼요. 지도교수인 퍼시 리앙(Percy Liang), 마이클 번스타인(Michael Bernstein)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구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하나 가정하고 거기에 페르소나 수천 개를 채워 넣습니다. 이 커뮤니티가 뭘 하는 곳인지, 규칙은 뭔지 정해주면, 시스템이 알아서 대화를 만들어내고 분위기가 형성되는 걸 보여주는 식이었죠.
왜 이런 걸 만들었을까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당연히 서비스의 각 요소가 잘 작동하는지는 출시 전에 확인하지만, 수천 수백만 명이 실제로 부딪히기 시작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미리 알 도리가 없어요. 그래서 설계가 잘못됐다는 걸 대개 사용자들이 피해를 다 본 다음이나 문제를 일으킨 다음에야 알게 되죠. 박준성 씨 팀은 그 결과를 시뮬레이션 안에서 조금이라도 미리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걸 묻고 있었던 겁니다.
스몰빌(2023)이 여기에 더한 건 '지속성'입니다. Social Simulacra의 페르소나들은 불러서 대화를 시키면 거기서 끝이었어요. 반면 스몰빌의 에이전트들은 마을에 계속 살았습니다. 어제 겪은 일을 기억한 채로 오늘을 맞고, 어제 만난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가고, 상황이 바뀌면 세워둔 계획을 고쳐 잡았죠. 며칠치 시뮬레이션이 흘러가는 동안 이들이 서로 대화하고, 결정을 내리고, 왜 그랬는지 이유까지 대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해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연구였습니다. 창업 생각은 없었어요. 분위기가 달라진 건 이 논문이 성격이 완전히 다른 두 집단의 눈에 띄면서였습니다. 연구자한테 이런 걸 요구하는 일이 흔치 않은 조합이었죠.
사회과학자들은 이 구조를 가져다 실험을 돌리고 싶어 했습니다.
대기업 임원과 이사회 멤버들은 고객이나 시장에 대해 여태 답을 못 찾은 질문들을 여기다 던져보고 싶어 했구요.
박준성 씨는 연구를 '너비 우선 탐색(Breadth-first Search)'에 빗댑니다. 연구실에서는 큰 가설을 조각내서 여럿이 나눠 맡죠. 그런데 그중에 괜찮은 걸 현실까지 끌고 나가는 건 아무도 자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회사는 반대예요. 그의 표현대로 '깊이 우선 탐색(Depth-first Search)'을 돌리는 기계입니다. 한 방향에 확신이 서면 사람이고 돈이고 끌어모아서 뒤 안 돌아보고 갑니다.
그런 확신은 논문이 나온 지 6개월쯤 지나서 찾아왔다고 해요. 쏟아지는 문의를 보면서, 이 연구가 이미 누가 원하고 있는 물건으로 곧장 이어지겠다는 게 박준성 씨 눈에 들어온 거죠.
그렇게 박준성 씨는 자신을 지도했던 퍼시 리앙, 마이클 번스타인과 함께 나중에 Simile가 될 회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리앙은 파운데이션 모델과 평가 쪽에 밝고, 번스타인은 HCI와 소셜 컴퓨팅을 오래 파온 사람이에요. 유행하는 분야를 보고 급하게 모인 팀이 아니라 몇 년을 같이 연구하며 호흡을 맞춘 팀이었고, 투자자들이 그렇게 빨리 움직인 데는 이게 컸습니다.
다만 이 스토리를 팔려면 넘어야 할 질문이 하나 남아 있었어요. 훨씬 까다로운 질문이었죠.
가상의 주민에서 실제 1,052명으로
스몰빌이 보여준 건 에이전트가 제법 살아 있는 것처럼 군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을 본떠서 만든 에이전트가 그 사람의 말과 행동까지 맞힐 수 있느냐, 이건 전혀 다른 얘기죠.
이걸 확인하려고 2025년, 박준성 씨와 대규모 공동연구팀이 미국인 1,052명을 모았습니다. 나이나 지역, 성향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신경 써서 뽑았어요. 참가자들은 두 시간 동안 인터뷰에 앉아서 자기가 겪은 일, 믿는 것, 사람 관계, 직업, 정치 성향, 살아온 이야기를 풀어놨습니다. 여기에 구조화된 설문도 따로 받았구요.
그러고는 세 가지 방식으로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만 가지고
설문 응답만 가지고
둘을 합쳐서
이 에이전트들은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문항, 성격 검사, 경제 게임, 그리고 예전 사회과학 실험을 다시 돌린 것까지 차례로 통과해야 했습니다. 비교용으로 하나 더 만들었는데, 여기엔 그 사람의 인구통계 정보만 줬어요.
이전까지는 모델한테 "그럴듯한 사람 하나 지어내 봐"라고 시켰습니다. 이번엔 달랐어요. 실제로 존재하는 한 사람의 인터뷰와 설문을 통째로 건네주고, 그 사람이 어떻게 답했을지를 여러 과제에 걸쳐 되살려보라고 시킨 겁니다.
연구는 SocSci210으로 이어집니다. 사회과학 실험 210건에 참여한 400,491명한테서 나온 응답 290만 건을 모은 데이터셋이에요. 논문에 따르면 140억 파라미터 Qwen 모델을 여기에 파인튜닝했더니, 한 번도 본 적 없는 연구에서 사람들의 응답 분포를 맞히는 정확도가 베이스 모델보다 26%, GPT-4o보다 13% 좋아졌다고 합니다.
Generative Agents 이후에 나온 논문들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거의 제품 로드맵처럼 읽힙니다.
단계 | 무엇을 더했나 |
|---|---|
Social Simulacra (2022) | 가상의 커뮤니티에 페르소나를 채워 넣고 대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봄 |
Smallville (2023) | 에이전트가 기억하고 성찰하고 계획하면서 며칠에 걸쳐 살아가게 함 |
1,052명 연구 (2025) |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의 인터뷰와 설문을 근거로 에이전트를 만듦 |
SocSci210 (2025) | 실제 실험에서 나온 응답 수백만 건으로 모델을 학습 |
Simile (2026) | 이걸 전부 기업이 쓸 수 있는 플랫폼으로 묶음 |
'합성 사용자'가 유행 아이템이 되던 시점에 상품이 뚝 떨어진 게 아닙니다. 같은 질문을 계속 더 어려운 버전으로 고쳐 물으며 가다 보니, 어느 순간 회사가 그 연구를 계속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되어 있었던 거죠.
Simile는 뭘 파는 회사인가
자, 그럼 언젠가 1억 달러를 들일 만한 시뮬레이션을 정말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Simile와 일을 시작하는 방식은 여느 리서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이 알고 싶은 사람들을 먼저 정해요. 특정 질환을 앓는 고객이라든가, 금융 상품 앞에서 망설이는 사용자, 새로 들어가려는 시장의 소비자 같은 사람들이요.
그러면 Simile가 리서치·패널 파트너와 함께 그 사람들을 실제로 찾아 나섭니다. 인터뷰하고, 설문 받고, 예전에 무슨 선택을 했는지 훑고, 행동 기록도 모으죠. 인구통계표로는 안 잡히는 것까지 캐내겠다는 겁니다. 고객사가 이미 쥐고 있는 데이터도, 그 회사의 거버넌스와 권한이 허락하는 선에서 같이 씁니다.
이렇게 모은 자료로 그 집단을 대표하는 에이전트들을 빚어냅니다. 에이전트들은 Simile 플랫폼 안에 자리를 잡고, 고객사는 여기다 제품 콘셉트든 가격이든 메시지든 혜택이든 정책이든 던져 넣고 반응을 봅니다. 박준성 씨는 고객이 만지는 이 부분을 SaaS라고 부르는데요, 대표성 있는 집단을 만들고 기업 데이터를 붙이는 작업에는 만만찮은 연구와 구축이 들어갑니다.
뼈대만 추리면 이렇게 흐릅니다.
실제 참가자와 행동 데이터 → 개별 에이전트 → 합성 인구집단 → 시나리오 → 예측된 반응 → 신뢰도 → 실제 검증
첫 유즈케이스는 대개 콘셉트 테스트예요. 예전 같으면 다섯 개, 열 개 놓고 저울질하던 제품팀이 이제 수백 수천 개를 던져볼 수 있게 됩니다. 가망 없는 건 일찌감치 걸러내고, 미처 몰랐던 반발은 미리 확인하고, 돈 많이 드는 사람 대상 조사는 살아남은 몇 개에만 쏟는 거죠.
그러다 보면 고객들이 더 어려운 걸 요구합니다. 이미지 한 장 보여주고 감상 받는 걸로는 성에 안 차니까, 일정 기간 제품을 써 보게 하는 식으로 가는 거예요. 고객 하나만 떼어놓고 보는 대신 고객, 경쟁사, 파트너, 정책을 한 판에 몰아넣기도 합니다. 한쪽에서 내린 결정이 다른 쪽 인식을 어떻게 흔드는지, 사람들이 서로한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시장이 시간을 두고 어떻게 자리를 다시 잡는지를 보겠다는 거죠.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시장조사가 아닙니다. 시장 자체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통째로 예측하겠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만큼,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워집니다.
'85% 정확도', 그 의미
Simile는 자사 에이전트가 사람이 자기 답을 되풀이하는 정확도의 85% 수준까지 따라붙는다는 연구 결과를 자주 인용합니다.
이 숫자가 무슨 뜻인지 좀 짚어볼게요.
1,052명 연구에서는 참가자들한테 질문을 던지고, 2주 뒤에 똑같은 질문을 다시 던졌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사람들도 자기 답을 그대로 반복하지 못했어요. 당연한 일이죠. 의견이라는 게 원래 그날 기분을 타고, 같은 문장도 그때그때 다르게 읽히고, 그냥 마음이 바뀌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연구진은 기준선을 여기다 뒀습니다. '사람이 2주 뒤에 자기 답을 얼마나 그대로 반복하는가.' 이게 만점이에요. 에이전트가 100점을 맞느냐가 아니라, 사람이 자기 자신과 일치하는 그 수준까지 따라붙을 수 있느냐를 본 겁니다.
학습에 쓰지 않은 종합사회조사 문항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인터뷰만 쓴 에이전트: 사람 기준선의 83%
설문만 쓴 에이전트: 82%
인터뷰와 설문을 합친 에이전트: 86%
인구통계만 쓴 에이전트: 74%
의미가 큰 결과예요. 두 시간짜리 인터뷰 하나로 범용 모델이 그 사람의 나중 답변을 상당 부분 되살려냈다는 얘기니까요. 질문마다 따로 예측 모델을 학습시킨 것도 아니고 말이죠. 인구통계만 줬을 때가 74%였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삶을 자기 입으로 이야기할 때, 나이나 지역 같은 분류로는 절대 안 잡히는 뭔가가 딸려 나온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답을 되풀이하는 정도의 86%"라는 건 "인간 행동을 86% 맞힌다"와 전혀 다른 말이에요.
이 연구는 Simile가 구매의 86%, 투표의 86%, 약을 다시 타러 가는 행동의 86%를 맞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시장 반응이나 정책 결과, 오랜 시간에 걸친 사회적 상호작용도 마찬가지구요. 그런 일에는 인터뷰에 절대 안 나올 것들이 잔뜩 끼어듭니다. 통장 잔고, 그날의 기분, 옆 사람 눈치, 갑자기 터진 사건, 서로 부딪히는 이해관계. 본인도 몰랐을 사정들이요.
'인간 시뮬레이션'이라는 말 하나에, 사실 서로 다른 관점의 성취가 여러 가지 뒤섞여 있습니다.
앞뒤 맞는 사람처럼 들리는 에이전트를 만들어내는 일
실제로 존재하는 개인의 다음 대답을 맞히는 일
집단이 가진 분포와 들쭉날쭉함까지 그대로 살려내는 일
어떤 개입이 어느 쪽으로 얼마나 세게 작동할지 예측하는 일
여러 사람과 제도가 오래 얽힐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내다보는 일
하나를 해냈다고 나머지가 따라오지는 않아요.
그래서 저는 Simile의 신뢰도 모델이 그 유명한 86%보다 오히려 중요해질 수 있다고 봅니다. 회사 설명으로는, 이 모델이 시뮬레이션마다 얼마나 믿을 만한지를 스스로 가늠한다고 해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말이 됩니다. 매번 매끄러운 답을 내미는 시스템보다, 익숙한 질문과 낯선 질문을 구분할 줄 알고, 모르는 집단 앞에서는 한 발 물러설 줄 알고, 내부에서 답이 엇갈릴 때 그걸 숨기지 않는 시스템이 훨씬 쓸모 있으니까요. 다만 이 신뢰도가 얼마나 잘 맞춰져 있는지는, 바깥에서 따져볼 만한 정보가 아직 안 나왔습니다.
CVS와 갤럽이 보여주는 현재의 유즈케이스
가장 자세히 알려진 사례는 CVS Health입니다.
양사의 설명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40만 명 넘는 참가자한테서 동의를 받아 모은 응답 290만 건을 밑천으로 씁니다. 행동 시나리오만 200가지가 넘구요. CVS Health는 이 에이전트들로 예전 조사 결과를 다시 맞혀봤고, 약사를 만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며 대기 줄이 얽힌 고객 여정을 들여다봤습니다. 복약 알림과 안내 콘텐츠도 시험해 보고, 혜택 설계도 검토하고, 경쟁사와 자사에 대한 인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도 했어요.
순서가 눈여겨볼 만합니다. CVS Health는 이미 사람한테 물어서 답을 아는 문제를 이 에이전트들이 똑같이 풀어내는지부터 확인했어요. 그러고 나서야 가설을 미리 걸러내고, 어떤 아이디어를 다음 단계 파일럿으로 넘길지 고르는 데 썼습니다.
실제 파일럿은 여전히 빼놓지 않습니다. 시뮬레이션에서 답이 나왔다고 곧장 환자한테 적용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에요. 헬스케어에서는 이 구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시뮬레이션은 어떤 알림 문구를 시험대에 올릴지 고르는 데까지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환자가 정말 약을 챙겨 먹을 거라거나, 혜택 변경을 받아들일 거라거나, 그 개입을 안전하게 견딜 거라는 근거로 쓰이면 안 되니까요.
갤럽도 꽤 관심은 많지만 CVS Health와 비슷하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2025년 가을부터 확률 표집 기반 갤럽 패널 1,000명 남짓이 에이전트를 만들기 위한 심층 인터뷰에 응했어요. 지금 갤럽은 이 에이전트들의 대답과 실제 패널의 대답을 응답자 단위, 설문 단위, 인구집단 단위로 나눠서 맞춰보는 중입니다. 자기들 손으로, 독립적으로요.
갤럽이 보는 유즈케이스는 이렇습니다. 가설을 뽑아내고, 문항을 다듬고, 설문지를 미리 돌려보고, 낯선 개념을 더듬어보고, 반복해서 만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집단을 들여다보는 일. 여기까지는 도움이 될 걸로 봅니다. 그러면서 못을 분명히 박았어요. 시뮬레이션한 대답은 갤럽이 발표하는 인구 추정치에 들어가지 않고, 추적 조사를 대신하지 않으며, 사람의 응답인 척 내놓지도 않겠다구요. 그 이상으로 쓰려면 그 목적에 맞게 정확하다는 근거가 먼저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이 정도 선이 가장 믿음이 갑니다. 시뮬레이션이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의 수를 늘려주고, 정작 중요한 결론을 내릴 때는 사람한테 직접 물어서 얻은 근거가 최종 판단 기준으로 남는 구조 말이죠.
80억 명 이야기보다야 밋밋하게 들리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큰 제품입니다. 조직들은 궁금한 걸 다 물어보지 못하잖아요? 사람 모으고, 현장 나가고, 분석하고, 실험하는 데 돈이 드니까요. 늘 준비가 되어 있는 합성 인구집단이 있으면, 진짜 사람을 투입할 대상을 고르기 전에 훨씬 넓게 뒤져볼 수 있습니다.
이건 얼마나 큰 사업이 될 수 있을까
Simile는 고객이 쓰는 플랫폼을 SaaS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업 전체를 펼쳐놓고 보면 소프트웨어 위에 인구집단 구축, 데이터 수집, 모델 학습, 기업 시스템 연동, 검증, 리서치 지원이 겹겹이 얹힌 모양이에요.
이게 오히려 성공 확률을 높여줍니다. 생각해 보세요. 처음 보는 인간 행동 모델을, 셀프서비스 가입 버튼 하나 믿고 덜컥 신뢰할 고객이 어디 있겠어요? 어떤 집단을 볼지 정하고, 어떤 자료를 쓸지 고르고, 과거 결과로 검증하고, 어떤 결정은 아예 시뮬레이션 밖에 둬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곁에 붙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관건은 이 작업 가운데 어디까지가 결국 반복 가능한 소프트웨어로 정리되느냐겠죠.
잘 풀리면 매출이 꾸준히 불어나는 구조가 나옵니다. 좁은 질문 하나로 들어가서, 검증된 결과를 한 번 보여주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다루는 집단 수가 늘고, 제품 수가 늘고, 나중엔 사내 데이터까지 붙습니다. 계약 규모가 벌어지는 건 거기서죠. 처음엔 프로젝트 단위로 부르던 회사가, 나중엔 제품 개발 내내 곁에 두고 물어보는 시스템이 되는 겁니다.
회사는 출시 이후 다섯 달 만에 매출이 다섯 배가 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출발점이 얼마였는지, 지금 ARR은 얼마인지, 고객 수와 갱신율, 매출총이익률은 어떤지, 시뮬레이션 한 번에 얼마가 드는지는 말하지 않았어요. 다섯 배라는 숫자만으로는 이 사업이 얼마나 큰지도, 남는 장사인지도 알 수가 없죠.
설문조사를 좀 더 빨리 돌려주는 회사였다면 다섯 달 만에 3억 달러를 모으고 20억 달러짜리 가격표를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투자자들은 Simile를 파운데이션 모델 회사이자 의사결정 인프라 회사로 보고 있는 거예요. Index Ventures는 이 제품을 AI 네이티브 세상에서 의사결정을 떠받치는 기반 인프라라고 표현했고, 시리즈 B에는 CVS Health Ventures가 들어왔습니다. 이 시스템을 고객으로서 직접 써보는 전략적 투자자를 곁에 둔 셈이죠.
이 돈이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굴릴 수 있습니다. 연구자를 데려오고, 자기만의 행동 데이터를 쌓고, 특화 모델을 학습시키고, 큰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평가 체계를 세우고,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초기 기업 프로젝트들을 버텨내는 일까지요. 이 분야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남보다 먼저 정의할 여유도 생기는데, Simile 혼자 뛰는 판이 아니라서 그 여유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왜 지금, 시뮬레이션에 돈이 몰릴까
생성형 AI가 선택지를 만들어내는 비용을 확 낮췄습니다. 예전에 몇 개 짜낼 시간이면, 이제 제품 콘셉트며 광고며 인터페이스며 메시지며 정책이며 전략을 수백 개씩 뽑아내죠.
그런데 많이 만들어냈다고 해서 그중에 뭘 세상에 내보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의 주의력, 고객한테 닿을 통로, 실험에 태울 트래픽, 실제로 부딪혀 볼 기회. 이런 건 여전히 빠듯합니다. 변형된 버전을 천 개 만들어도 제대로 시험해 볼 수 있는 건 그중 다섯 개일 수 있어요. 만들어내는 쪽이 흘러넘치면서, 정작 고르는 쪽이 밀리기 시작한 겁니다. 평가(Evaluation)가 새로운 병목이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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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ile는 그 병목을 겨냥한 답들 중 하나입니다. 돈을 쓰기 전에, 고객 경험을 건드리기 전에, 사람들을 어떤 개입에 노출시키기 전에 합성 인구집단으로 먼저 걸러내겠다는 거예요.
같은 결론에 도달한 투자자가 한둘이 아닙니다. AI 에이전트로 고객 행동을 시뮬레이션해서 빠른 리서치를 파는 Aaru는 2025년 말 시리즈 A를 마쳤는데요, 라운드 일부가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 헤드라인 밸류로 매겨졌습니다. 물론 섞어서 계산한 밸류는 그보다 낮았지만요.
옆 동네에서도 같은 논리가 돕니다. World Labs는 공간 지능과 월드 모델을 만들겠다며 2026년 2월 10억 달러를 담았고, Odyssey는 물리적 환경을 시뮬레이션하는 모델로 14.5억 달러(약 2조 원) 밸류에 3.1억 달러를 받았어요. 자율 기계용 시뮬레이션·개발 인프라를 파는 Applied Intuition은 2025년 150억 달러(약 21조 원) 밸류에 6억 달러를 조달했구요.

제품은 저마다 딴판입니다. Simile는 사람을, World Labs와 Odyssey는 공간과 물리를, Applied Intuition은 자율주행차와 기계를 다루죠. 그런데 밑에 깔린 셈법은 하나예요. 실제 세계에 내놓기 전에 미리 연습하고 미리 채점한다. 로봇한테 시뮬레이션은 몸으로 겪어야 할 경험의 비용과 위험을 줄여주고, 자율주행차한테는 좀처럼 안 오는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고 다시 불러와 줍니다.
여기에 하나 더 있어요. 시뮬레이션은 자기만의 피드백 고리를 만들어냅니다. 예측을 내놓고, 고객이 파일럿을 돌리거나 제품을 내보내고, 실제로 벌어진 일이 다시 시뮬레이터로 돌아오는 구조죠. 예측이 얼마나 빗나갔는지, 그 차이가 그대로 다음번 정확도를 높이는 재료가 되는 겁니다. 시간이 쌓이면 예측과 실제 결과를 잇는 기록이 남는데, 이건 같은 프론티어 LLM을 쓴다고 해서 따라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에요.
여기에 더 큰 투자 논리가 있습니다. AI가 해 볼 만한 일들을 잔뜩 만들어낸 다음, 그걸 실제로 사람들한테 내보내기 전에 반드시 한 번 거쳐야 하는 관문. 거기 서 있는 회사가 값나가는 회사라는 판단인 거예요.
그 사이에 등장한 더 어려운 질문들
Simile가 시리즈 B 소식을 알린 게 7월 30일입니다. 그리고 8월 3일부터 12일 사이에, AI 시뮬레이션이 깔고 있는 전제들을 저마다 다른 각도에서 찔러보는 논문이 연달아 나왔어요.
Simile의 시스템을 겨냥한 평가는 아니지만 이 분야에 발 담근 회사라면 결국 증명해야 할 것들을 다루고 있죠.

에이전트가 실제 A/B 테스트를 재현할 수 있을까?
8월 3일에 나온 「Can AI Agents Simulate A/B Test Outcomes?」는 실제로 돌렸던 마케팅 실험 67건을 되살려놓고, 시뮬레이션한 고객들한테 원래의 처치 조건과 통제 조건을 그대로 들이민 연구입니다.
기본 에이전트들은 효과가 어느 쪽으로 갈지를 열 번 중 일곱 번 맞혔어요. 눈길을 끌 만한 성적이죠. 문제는 크기였습니다. 효과의 크기를 번번이 부풀렸어요. 진짜 고객은 눈 하나 깜짝 안 했을 미세한 차이에 에이전트들은 크게 반응했거든요.
연구진은 실험 이전 기간의 실제 고객 행동을 가져와 시뮬레이션을 보정했습니다. 이걸 적용한 부분집합에서 제곱 예측 오차가 약 77배 줄었어요. 같은 에이전트한테 두 안을 다 보여주는 피험자 내 설계도 편차를 줄여줬구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에이전트는 방향을 알려주고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데는 쓸모가 있었지만, 판을 바꾼 건 실제 행동 데이터가 되돌아와 모델을 고쳐 앉힌 순간이었어요. 정작 값어치가 있었던 건 고객 노릇을 하는 범용 LLM이 아니라 시뮬레이션과 사람한테서 얻은 근거를 맞물려 돌린 보정 프로세스였습니다. Simile가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업과 꽤 가까운 그림이죠.
80억 명을 시뮬레이션한다는 말의 무게
하루 뒤, 저자 93명이 「MatrAIx: Simulating the World with 8.3 Billion Persona Agents」를 발표합니다.

Image Credit: 오리지널 논문
MatrAIx에는 1,290개의 범주형 차원으로 기술한 페르소나 레코드가 83억 개 들어 있고, 100만 개쯤 되는 코어셋이 공개돼 있어요. 환경은 설문과 챗봇,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을 두루 받아주구요. 논문은 대표 과제 여덟 개에 걸친 시행 18,189회와, 부여한 행동 속성을 91.5% 지켜냈다는 별도 연구를 같이 싣고 있습니다.
여기서 갈라 봐야 할 게 있어요. 레코드가 몇 개인지와, 실제로 검증된 시뮬레이션이 몇 개인지는 다른 얘기입니다. 83억은 페르소나 데이터베이스의 덩치예요. 83억 명의 행동을 하나하나 검증해서 되살려냈다는 뜻이 아닙니다.
논문이 짚은 게 하나 더 있어요. 같은 페르소나에 같은 제품을 물려도, 밑에 어떤 언어모델을 깔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갈렸다는 겁니다. 어느 가격 책정 과제에서는 유료 플랜을 고른 비율이 23.2%에서 93.9%까지 벌어졌어요. 비교 가능한 항목 전반에서 모델끼리 답이 맞아떨어지는 정도는 아주 낮았구요.
여기서 Simile를 비롯한 모든 합성 인구집단 사업자한테 물어볼 만한 질문이 나옵니다.
페르소나는 그대로 두고 밑에 깔린 모델만 바꿨을 때, 비즈니스 결론도 그대로인가?
집단이 크다고 모델이 공유하는 편향이 씻겨 나가지는 않습니다. 같은 메커니즘으로 굴러가는 에이전트 10억 개는, 그 모델의 취향을 아주 정밀하게 재어줄 뿐일 수 있으니까요.
개인을 잘 맞히면 집단도 잘 맞힐까?
8월에 나온 또 다른 논문 「Emulate or Estimate?」는 자주 한 덩어리로 묶이는 두 과제를 갈라놓습니다.
에뮬레이션: 개별 응답을 하나씩 만들어낸 다음, 그걸 모아서 집단의 결과를 얻는 방식
추정: 집단의 분포를 처음부터 통째로 예측하는 방식
연구진이 확인한 건 이렇습니다. 베이스 모델은 개별 응답을 만들어 합쳤을 때 사람다운 분포에 더 가까웠고, 포스트 트레이닝을 거친 모델은 분포를 곧장 추정할 때 더 나았어요. 가장 그럴듯한 응답자와 가장 정확한 집단 예측기가 서로 다른 물건일 수 있다는 뜻이죠.
Simile의 제품 설계와도 곧장 맞닿는 얘기입니다. 고객들은 개별 에이전트와 말을 섞고 그 설명을 읽는 걸 더 좋아하겠지만, 정작 사업상의 결정은 대개 집계된 수치에 달려 있거든요. 설득력 있는 개인과 잘 맞아떨어지는 집단은 따로 채점해야 합니다.
제품이 사람 대신 시뮬레이터의 비위를 맞추기 시작하면?
8월 12일에 나온 「One Frozen Simulator Is Not Enough」는 저자들이 시뮬레이터 붕괴(Simulator Collapse)라고 이름 붙인 실패를 다룹니다.

Image Credit: 오리지널 논문
사용자 노릇을 하는 LLM 하나를 붙들고 AI 시스템을 거듭 학습시켰더니, 그 시뮬레이터가 가진 버릇을 파고들어 이용하는 데 점점 능숙해졌습니다. 학습장 안에서의 성적은 올라갔죠. 대신 낯선 시뮬레이터와 진짜 사람 앞에서의 성적은 오히려 떨어졌어요.
더 다양하고 계속 바뀌는 시뮬레이터 집단으로 훈련시키자 홀드아웃 성능이 최대 14% 올라갔고, 제한적으로 진행한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비슷한 개선이 따라왔습니다.
기업이 합성 인구집단을 평가에만 쓰지 않고 최적화에까지 들이대기 시작하면 이 문제는 점점 커집니다. 자기 합성 인구집단 앞에서는 아주 잘 하면서, 정작 그 집단이 대표하기로 했던 진짜 사람들 앞에서는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니까요.
Simile가 진짜로 가질 수 있는 것
스몰빌 아키텍처 자체는 오래가는 무기가 못 됩니다. 기억이며 성찰이며 계획이며 페르소나 기반 에이전트며, 이제 다들 아니까요. 프론티어 모델과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도 계속 좋아지고 있구요.
Simile의 진짜 경쟁력은 눈에 잘 안 띄는 네 가지에 달려 있을 겁니다.
첫째, 사람한테서 나온 데이터. 인터뷰, 설문, 행동 실험, 그리고 고객 동의를 받아 남긴 결과 기록이요. 범용 모델이 인터넷을 훑어서 배운 것 너머에 있는 자료들입니다.
둘째, 대표성 있는 집단을 만드는 일. 필요한 사람들한테 닿고, 보상하고, 쓸 만한 자료를 받아내고, 소수 의견을 뭉개지 않고 지켜내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채워 넣는 작업이에요. 만만한 연구 인프라로는 어렵죠.
셋째, 자기 예측이 언제 맞고 언제 틀리는지 아는 능력. 어느 집단에서 오차가 커지는지, 어떤 시나리오가 가진 자료 바깥에 있는지, 밑에 깔린 모델을 바꾸면 어디서부터 결론이 달라지는지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넷째, 미리 적어둔 예측과 실제 결과의 이력. 가장 확실한 근거는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적어둔 예측, 그리고 고객이 실제로 움직인 다음 그걸 정직하게 맞춰보는 데서 나오니까요.
특히 네 번째가 쓸모 있으려면, 기록이 이런 것들을 하나로 꿰고 있어야 합니다.
집단 → 시나리오 → 모델 버전 → 예측 → 신뢰도 → 실제 결정 → 벌어진 일
이 이력이 Simile가 가질 수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 될 수 있어요. 모델을 다듬어주는 동시에, 자기들이 붙인 확신이 실제 결과와 얼마나 맞아떨어졌는지를 고객한테 보여줄 근거가 되니까요. 진지한 시뮬레이션 시스템과, 주문하면 그럴듯한 가짜 인용문을 뽑아주는 플랫폼을 갈라놓는 기준이기도 하구요.
Simile,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저는 Simile가 80억 명 근처에 가기 한참 전에 이미 제법 큰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물건에도 분명한 쓸모가 있거든요. 기업이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보고, 가망 없는 아이디어를 걷어내고, 미처 몰랐던 반응을 캐내고, 어떤 실험이 진짜 사람들과 해 볼 값어치가 있는지 고르도록 돕는 일 말이죠. 그것만으로도 큰 시장입니다. 게다가 출발선이 유난히 좋아요. 창업자들이 이 분야를 만든 연구를 직접 했고, CVS Health는 시뮬레이션을 실제 파일럿에 물려보고 있고, 갤럽은 이 방법론을 자기 손으로 검증하는 중이고, 이제 자기 모델과 데이터, 평가 체계에 부어 넣을 돈까지 있으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고객 한 명이 제품 하나에 어떻게 반응할지 맞히는 일과, 제도며 이해관계며 정책이며 사건이 쉴 새 없이 바뀌는 와중에 수백만 명이 서로를 밀고 당기는 판을 시뮬레이션하는 일은 전혀 다른 종목이니까요. 여기서는 훨씬 센 근거가 필요합니다. 미리 적어둔 예측, 하위 집단별 성적, 제대로 맞춰진 신뢰도, 더 단순한 방법과의 정면 비교, 그리고 모델들끼리 말이 갈릴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 같은 것들이요.
박준성 씨 본인의 구상을 보면 그가 이걸 어디까지 끌고 가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 사회의 CERN"을 이야기해요. 뱅크런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국가들은 왜 기후 앞에서 매번 손을 놓는지, 경제의 규칙을 바꿔 끼우면 사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자들이 이런 질문을 실제로 다뤄볼 수 있는 곳 말입니다. 언젠가는 시뮬레이션 한 번 돌리는 데 몇 달이 걸리고, 1억 달러가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죠.
너무 나간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근거가 없지는 않습니다. 정부와 기관은 이미 위기가 다 터지고 난 다음에 그걸 이해해 보겠다고 어마어마한 돈을 씁니다. 시뮬레이션이 위기 전에 쓸 만한 근거를 내놓을 수 있다면, 5억 달러(약 7,000억 원)짜리 헛돈 하나만 막아도 값은 하는 셈이죠. 제품이든 정책이든 시장이든, 언젠가는 사회까지, 실제로 걸어보기 전에 먼저 올려놓고 돌려보는 자리가 하나 생기는 겁니다.
스몰빌은 인공 주민 25명이 기억하고 계획하고 작은 사회를 꾸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Simile는 이제 그 길이 실제 개인과 집단, 끝내는 사회까지 쓸 만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 하구요.
80억이라는 숫자는 지금 나와 있는 근거로 보면 한참 먼 이야기지만, 그 가능성은 여전히 놀랍고, 그걸 진짜로 만들어보겠다는 과학적이면서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로 굴러가고 있어요.
지켜볼 만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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