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ST Data는 2016년 뉴욕에서 설립된 데이터 인프라 스타트업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데이터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느리고 복잡한 기존의 스토리지·데이터베이스·컴퓨팅 구조를 통합해서, 연구자든 기업이든 대규모의 데이터를 훨씬 빠르게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완전한 플래시(Flash) 기반 아키텍처와 클라우드형 데이터 플랫폼을 결합해서, AI 모델 학습과 대규모 연산을 위한 ‘데이터 허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VAST Data의 핵심 솔루션인 DASE(Disaggregated & Shared Everything) 아키텍처는 데이터 저장과 연산의 경계를 허물어서, AI 워크로드에서 병목이 없이 실시간으로 분석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단일 스토리지 계층에서 수백억 개의 파일을 즉시 탐색할 수 있고, 다양한 AI 프레임웍과의 연결성을 제공, 기업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보다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Renen Hallak은 VAST Data의 창업자이자 CEO로, 과거 XtremIO에서 올-플래시 어레이 아키텍처를 개발했던 스토리지 전문가인데, “AI 시대의 병목은 컴퓨트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관점에서 데이터가 지능의 기반이 되는 시대를 위한 새로운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그의 리더십 아래 VAST Data는 글로벌 제약사, 연구기관, 클라우드 기업들과 협력하면서, AI 혁신의 속도를 데이터 레벨에서 끌어올리는 ‘인프라 레이어의 이노베이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의 주변, 그리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일터에서, 수백 수천 개의 AI 에이전트가 돌아가는 시대, 어쩌면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 도래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 때, 그런 수많은 에이전트는 어떤 시스템 위에서 돌아가게 될까요?
VAST Data의 창립자이자 CEO인 레넨 할락(Renen Hallak)은, 지금이 바로 우리가 AI OS(AI Operating System; AI 운영체제) 의 탄생을 목격하는 시점이라고 말합니다. 레넨이 말하는 AI OS란, 데이터, 연산(Compute), 그리고 정책(Policy)을 하나로 연결하는 에이전트 시대의 근본적인 인프라를 의미하는 것이구요.
오늘의 인터뷰에서는, 기업들이 실험 및 PoC 단계를 넘어서면서 실제 프로덕션 환경에서 에이전트를 운영하기 시작한 현재의 흐름, 그리고 왜 ‘빅데이터’보다 ‘메타데이터’가 중요해지고 있는지, 그리고 지능이 확장되어가는 시대에 누가 그 지능을 통제하게 될지를 결정할 다음 차례의 인프라 혁명에 대해 레넨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AI OS’라는 건 실제로 뭘 말하는 건지, 왜 소위 기존의 운영체제 (Windows, MacOS, Linux 등)는 에이전틱(Agentic) 시스템을 다룰 수 없다고 보는지
기업들이 이런 ‘에이전틱 시스템’을 향한 변화를 규모 면에서는 과소평가하지만, 속도 면에서는 과대평가하고 있는 이유
지능형 시스템에서 데이터, 메타데이터, 컨텍스트가 어떻게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지
통제(Control), 안전성(Safety), 가시성(Observability)이 에이전트 시스템을 만들고 난 후에 붙이는 기능이 아니라, 처음부터 인프라에 내장되어야 하는 이유
레넨이 말하는, “앞으로 10년이 이후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라는 말의 뜻 — 일자리부터 화폐의 개념까지
진보의 사다리: 스토리지 → 데이터베이스 → 데이터 플랫폼 → 운영체제
AGI 규모의 시스템을 설계하는 기업 내부에서 ‘First Principles’의 사고 방식 - 기존의 관행이나 유사성에 의존하지 않고,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원리나 사실로 분해, 분석하고 처음부터 다시 추론하는 사고방식 - 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오늘의 대화는 ‘미래를 구성할 아키텍처’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지능이 모든 것의 인프라가 되는 시대에 ‘통제’와 ‘창의성’ 사이의 미묘한 균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튜링 포스트 코리아는 독자들의 응원으로 만들어집니다. 가치있는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도록, 커피 한 잔으로 힘을 보태주세요 ☕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체 인터뷰 영상을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구요:
Q. 안녕하세요, 레넨, 오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큰 질문을 하나 드릴께요. 아직은 모두가 AI 모델로 여러 가지 실험도 하고 일부는 실제 환경에서 운용을 시작하는 단계라고 본다면, 언젠가는 수천 개의 ‘에이전틱 시스템(Agentic Systems)’이 우리의 대리인으로 작동을 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시점이 언제쯤 올 거라고 보세요?
인터뷰에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하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술적 전환은, 사실 늘 그래요 — 처음엔 느리게, 거의 보이지 않게 다가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이미 와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예요.
스마트폰 초기에 시리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엔 엉뚱한 답을 내놓기 일쑤였죠. 그런데 몇 년이 지나니까, 모두가 자연스럽게 “이제 꽤 잘 알아듣네”라고 느끼게 됐습니다. 지금 AI도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단지 우리가 아직 그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에요.
지난 1년간 우리 VAST Data 팀은 수백 개의 엔터프라이즈 AI 프로젝트를 지원했는데요. 실험적인 ‘샌드박스’ 단계에서 실제 운영(Production) 환경으로 넘어가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완전히 일상화되기까지는 몇 단계가 남아 있다고 보지만, 지금의 속도라면 불과 몇 년 안에 현실이 될 겁니다.
Q. 그 ‘샌드박스 환경’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가요?
일단, 보통은 작은, 독립된 팀이 별도로 꾸려지게 돼요. 이 팀은 새로운 AI 기능을 시험해 보면서 뭐가 잘 작동하고, 위험한 건 뭔지, 진짜 가치가 있는 건 뭔지를 탐색하죠. 이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실패를 감수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해 가면서 ‘안전하고, 위험이 낮고, 실질적 가치가 있는 무언가’이 확인되면 이제 운영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렇게 하나가 넘어가고, 또 하나가 넘어가고 — 이런 식으로 확산되는 겁니다. AI의 확산은 한순간의 도약이 아니라, 수많은 미세한 성공의 축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죠.
Q. 기업들이 에이전틱 시스템에 대해서 흔히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대부분은 “속도는 과대평가하고, 규모는 과소평가합니다.” 사람들은 “곧 모든 게 바뀔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곧’이 언제인지는 과하게 단축해서 보죠. 반대로, 한 번 변화가 일어나면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클지는 잘 상상하지 못합니다.
저는 10년 뒤를 내다볼 때, 변하지 않을 산업은 단 하나도 없다고 봅니다. 개발자, 변호사, 고객지원처럼 지식노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예술, 과학, 물리 노동, 건설, 목공 — 인간의 모든 활동이 AI와 결합해서 재구성될 겁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영향력은 전 지구적이고, 전 직군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일어날 거예요.
Q. 10년이요? 10년 뒤면 정말 세상이 달라져 있을까요?
네, 완전히요. 10년 뒤에는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의 기본 구조들 — 돈의 개념, 경제 시스템, 여가와 노동의 구분 —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묻게 될 겁니다.
“돈이란 무엇인가?”, “일이란 무엇인가?”, “시간은 어떻게 써야 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이죠. 10년 전에는 지금의 세상을 비교적 쉽게 상상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년 뒤를 상상하는 게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죠.
Q. 2016년에 회사를 창업하셨죠. 당시엔 트랜스포머 논문도 나오기 전인데요. 그때 어떤 문제를 풀고 있었고, 어떤 ‘반(反)직관적인 선택’을 하셨나요?
그때는 정말 다른 시대였습니다.
대학 시절 ‘신경망(Neural Network)’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이건 작동하지 않는다”였어요. ‘인간의 뇌처럼 스스로 배우는 컴퓨터’라는 개념은 흥미롭긴 했지만,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여겨졌죠.
그런데 약 10년 전쯤,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30년 전의 신경망 이론이 갑자기 현실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겁니다. 유튜브에서 컴퓨터가 사진 속 고양이를 스스로 인식하는 영상을 봤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컴퓨터는 숫자 계산엔 강했지만, ‘모호한 이해’는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믿던 시절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파고들 수 밖에 없었어요. “뭐가 달라진 걸까?” 확인해 봐야 했으니까요. 알고 보니 알고리즘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차이는 데이터였죠.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단순한 알고리즘도 놀라운 성능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바로 VAST Data를 세운 출발점이었습니다. “이 흐름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를 직접 탐험해 보고 싶었죠. 우리는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요, 아니면 단지 감각적인 인식만 모방할 수 있을까요? 아직 답은 모르지만, 지난 10년 동안 분명해진 게 있습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는 사실이죠.
지금은 수십만 개의 GPU가 엑사바이트 규모의 데이터를 병렬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처음부터 극단적 확장성을 고려해 아키텍처를 설계했습니다. 한 번 설계를 잘못하면, 나중에 다시 짜는 건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고객층도 흥미롭게 진화했습니다. 초기엔 헤지펀드와 생명과학 연구소처럼 데이터에 민감한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생성형 AI 기업, AI 클라우드, 그리고 일반 기업까지 확산되고 있거든요. 학습(Training)과 추론(Inference)은 전혀 다르고, 소규모 추론과 대규모 추론의 성격도 다릅니다.
이제는 에이전트(Agent)가 추가되면서 또 다른 계층이 생겼고, 그다음엔 물리적 로봇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진화의 여정이 매번 새롭고, 그래서 멈출 수가 없네요.
Q. 데이터에 대한 관점도 많이 바뀌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엔 “데이터는 새로운 전기”라고 했지만, 지금은 ‘맥락(Context)’이 더 중요한 시대 같아요.
정확하게 보신 거예요.
지금은 데이터보다 ‘메타데이터(Metadata)’, 즉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보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예전엔 숫자 데이터가 깔끔하게 표에 정리돼 있었죠. 분석도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데이터는 비정형(Unstructured)입니다 — 텍스트, 음성, 영상처럼 구조가 없고, 맥락이 없으면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의미’를 부여해야 하고, 그 의미 자체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습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이유입니다. 이전의 데이터 시스템은 이런 워크로드를 감당할 수 없었거든요.
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을 떠올려보세요. 눈과 귀를 통해서 감각 데이터를 받고(카메라와 마이크처럼), 그걸 해석해서 ‘기억’으로 저장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과거의 기억을 참조하죠.
AI 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시간 데이터에 접근하면서 동시에 과거 수년, 혹은 10년 전의 정보를 함께 불러올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복잡성의 본질이에요.
Q. 정말 새로운 시스템이군요.
그렇습니다.
기존의 시스템은 이런 규모, 이런 복잡성을 전제로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예전엔 로컬 서버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의 엣지(Edge)와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글로벌 분산 구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기술 스택의 모든 계층 — 저장, 네트워크, 데이터, 컴퓨팅, 보안 — 이 모두 새롭게 설계되고 있구요.
Q.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그 새로운 시스템을 어느 정도나 완성한 상태라고 볼 수 있을까요? 아직 갈 길이 멀까요?
언제나 그렇듯이, 만들어진 것보다 부족한 게 더 많습니다. AI 인프라를 만드는 일은 끝이 없어요.
저는 이 과정을 “지수형(Exponential) 사다리를 오르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한 단을 오를 때마다 그다음 단이 두세 배 높아지는 거예요, 끔찍하죠? ^.^ 우리는 아직 초입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매 단계가 시야를 넓혀 주는 것도 사실이예요.
VAST는 처음엔 스토리지 시스템으로 시작했습니다. “가격, 성능, 확장성, 단순성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를 깨자”는 목표로 출발했죠. 그걸 해냈더니 고객이 “좋아요, 이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해요”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위에 VAST Database를 구축했죠. 곧이어 또 다른 요청이 왔습니다.
“이제는 GPU, DPU, 학습, 추론 — 이런 워크로드들을 한데 관리할 수 있어야겠어요.”
그 결과로, 단순하게 스토리지로 출발했던 회사가 데이터 플랫폼으로, 그리고 지금은 ‘AI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로 진화하고 있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은 과제라면, 에이전트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한 기반들 — 보안, 관찰성, 재현성, 쉬운 배포, 규제 준수 등 너무 많죠. 상자 한 개를 열면 백 개의 상자가 더 나오는 느낌이예요. 하지만 그게 바로 이 일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이제야 기초 구조를 완성했고, 고객과 함께 그 위에 새로운 세상을 쌓아가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결국 ‘AI 운영체제’를 만드는 거군요. 데이터 관련 기업이 워낙 많은데, 경쟁 구도는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빅데이터(Big Data)’ 시대를 떠올려 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입니다. 머신러닝에서 딥러닝으로 넘어가던 시점에,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죠. 그때처럼 지금도 기존의 데이터 인프라 전반이 다시 짜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리했던 건, 오히려 “늦게 시작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빨랐다면, 우리도 옛날 패러다임에 갇혔을 겁니다. 2016년에 회사를 세우고, 몇 년간 MVP를 만드는 동안, 딥러닝 혁명이 본격적으로 폭발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었죠.
반면 대부분의 경쟁사는 5년, 혹은 30년 먼저 출발했습니다. 그들의 시스템은 ‘과거의 세계’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죠. 지금의 데이터 규모, AI 워크로드, 분산 환경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스토리지, 파일 시스템, 데이터 웨어하우스, 오케스트레이션 프레임워크 등 — 모든 계층이 AI 시대를 위한 재구성기에 들어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Q. “2016년이면 이미 옛날이잖아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맞아요. 겉보기엔 오래전이지만, AI 혁명이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이른 출발이었습니다. 그게 지금의 강점이 되었죠.
Q. 말씀하신 ‘AI 운영체제’는 결국 AGI로 가는 발판일까요? ‘AGI’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저에게 AGI, 그리고 그다음 단계인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s)’를 뜻합니다. 즉, 단순히 인간의 말을 되풀이하거나 요약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컴퓨터죠.
아직 그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길로 가기 위한 명확한 단계들이 보입니다.
우선, 에이전트들이 각자 자신만의 ‘월드 모델(World Model)’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픈AI나 xAI가 만든 하나의 거대 모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각 에이전트는 자신이 경험한 데이터와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고유한 이해와 시각을 형성해야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AI”가 아니라 “수백만 개의 서로 다른 AI”가 존재하게 될 겁니다.
그다음은 대화와 협업입니다. 에이전트들끼리 서로 소통하고, 생각을 교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형성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운영체제는 바로 그 ‘소통의 루프(Inference–Fine-Tuning Loop)’를 관리하는 계층이에요. 데이터 파이프라인, 지속적 학습, 에이전트 간 상호작용 기록, 그리고 인간이 그 과정을 관찰할 수 있는 ‘창(Window)’ 역할을 하죠. 즉,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통제와,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공존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전트가 물리적 세계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로봇, 차량, 드론, 휴머노이드 등 —
센서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움직이며,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받는 순간, 비로소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조건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그때일수록 ‘제어 체계’와 ‘정책 레이어’가 필수적입니다. 에이전트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행동 가능한 범위, 통신 상대 — 이 모든 걸 코드 수준에서 정책으로 정의하고 추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내 개인 데이터를 다루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그건 ‘나만을 위한 권한’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다른 에이전트에게 공유되거나 노출되어선 안 되죠. 이런 제어가 작동해야 우리는 “그 에이전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 그게 바로 AI 운영체제가 제공해야 할 투명성과 재현성의 기반입니다.
Q. 이런 기술적 제어 구조를 모르는 사람들은, AI가 ‘통제 불가능한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기술을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모든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 어느 것도 스스로 진화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AI는 ‘자기 진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게 흥미로운 동시에, 불안한 이유죠.
저는 이걸 아이를 키우는 일에 자주 비유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가치관을 가르치고, 지켜보고, 신뢰하며,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죠.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통제’가 아니라, ‘가치 있는 방향으로의 학습과 관찰’입니다. 그래야 위험을 줄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창의적 발견의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Q. 이렇게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얼마나 먼 미래까지 계획하나요?
사실, 우리는 장기 계획을 세우지 않습니다. 오늘도 한 투자자가 “5년 계획을 보여 달라”고 했는데, 저는 솔직히 “없다”고 말했습니다.
AI 산업은 1년 후조차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년 단위의 목표만 세우고, 분기마다 학습을 반영해 갱신합니다. 즉, 정해진 ‘로드맵’이 아니라, 끊임없이 실험하고 검증하며 방향을 조정하는 시스템적 사고로 운영하는 거죠.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작동하는 게 확인되면 집중합니다. 작동하지 않으면 결과를 공유해 다른 팀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합니다. 이건 일종의 조직 차원의 학습 루프(Learning Loop)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이게 가장 유효한 학습 메커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Q. AI 운영체제를 구축하면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도전은 단순합니다. “모든 것이 새롭다”는 것이죠.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랙 구성, 그리고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까지 — 모든 게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예 산업의 기본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이죠. 그 속도에 발맞춰 가는 게 정말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성장 속도 그 자체입니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커집니다.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우리는 마치 완전히 다른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느낌을 받습니다. 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 고객군 — 모두 바뀌죠.
이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반면에 이렇게 흥미로운 시기도 제 인생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여러 세대를 통틀어도 지금이 기술 산업의 가장 흥미로운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Q. 이처럼 격동의 시기에, 가장 걱정되는 점과 가장 설레는 점을 각각 꼽는다면요?
하루 단위로 보면 늘 걱정이 많습니다. 매일 아침 수십 개의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고치고, 프로세스를 다듬고, 급한 불을 끕니다. 이 속도로 회사를 성장시키면, 항상 뭔가가 깨져 있거나 미완성이기 마련입니다. 제 역할은 그 리스트를 하루가 끝날 때 조금이라도 줄이는 거예요. 물론, 다음 날엔 새로운 리스트가 생기죠. ^.^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의 걱정은, 이 기술이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AI는 본질적으로 중립적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죠. 그래서 계속 앞서서 고민하고, 대화하고, 윤리적 프레임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할 과제입니다.
반면에, 가장 흥분되는 건 ‘가능성’입니다. 매주 새로운 걸 봅니다. 컴퓨터가 “이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내는 순간들이요. 기술 발전은 항상 S자 곡선처럼 움직입니다. 급격히 상승하다가 완만해지고, 다시 가파르게 오르죠.
지금이 그 어느 구간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쪽이든 흥미롭습니다. 만약 지금이 ‘정체기’라면, 어쩌면 AI 스스로가 다음 파동을 만들어낼지도 모릅니다. 아직 상승 구간이라면, 앞으로의 몇 년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박진감 넘치는 시간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Q. 마지막 질문이네요.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 있다면요?
요즘은 솔직히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일주일 7일 내내 일하는 시기거든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요. 하지만 틈날 때면 전기를 읽습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전기를 읽었어요. 둘 다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공통점이 있죠 —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를 푸는가”에 대한 집요한 탐구입니다.
예전엔 경영 관련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전공이 컴퓨터공학이라, 사업을 운영하는 법을 따로 배운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멍청한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혹은 최소한 좀 더 똑똑한 실수를 할 수 있을까”를 배우려고 했습니다.
Q. 머스크처럼 ‘First Principles’ 사고를 자주 언급하시죠. 그게 실제로 어떤 도움이 되나요?
모든 가정(Assumption)을 벗겨내면, ‘뭐가 진짜로 가능한가’를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많은 걸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출발합니다. 하지만 저는 수학을 공부하면서 배웠어요. 수학의 증명은 정답을 미리 아는 게 아니라, 무엇이 가능한지 ‘증명’하는 과정이라는 걸요.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리 법칙이 허용한다면,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불가능하다면 그 이유를 증명해야 하죠. 누군가 “그건 안 돼요”라고 말하면, 저는 항상 “왜요?”라고 묻습니다.
대부분은 막연한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 전제를 하나씩 걷어내다 보면, 진짜 제약이 아니라 습관적 생각의 벽이었다는 걸 알게 되죠. 그 지점에서 진짜 혁신이 나옵니다.
물론, 그런 시도의 대부분은 실패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걸 해내는 순간이 옵니다. 그게 기술의 본질이고, 인간의 창조력입니다.
Q. 그 ‘끊임없이 왜를 묻는 태도’는 어쩌면 대형 언어모델(LLM)의 힘과도 닮아 있네요.
맞아요. 이제는 컴퓨터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추론을 이어가면서, 우리의 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세요. 80억 명 중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보통 한 세대에 한두 명이죠. 하지만 이제는 수십억 개의 ‘생각하는 기계(Thinking Machines)’가 매분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인류의 진화 속도를 가속하는 거죠 — “진화의 스테로이드( Evolution on Steroids )”라고 할 만큼요.
Q. 정말 흥미로운 대화였어요.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에피소드가 재미있으셨다면, 커피 한 잔으로 후원해 주세요. ☕ 여러분의 피드백, 후원은 큰 힘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친구와 동료 분들에게도 뉴스레터 추천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