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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쇼피파이 CEO의 메모: 생각해 볼 것

사람이냐 기술이냐, 이분법적 시각을 버려야

쇼피파이. Image Credit: Shopify

쇼피파이 (Shopify)라는 회사가 익숙하신 분도, 그렇지 못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2004년 설립된 캐나다 기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쇼피파이는, 쉽게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 운영할 수 있게 월 구독료 기반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입니다. 아마존 대비 비교적 판매자가 독립적인 브랜드 구축하기에 좋고, 다양한 채널과 연동하기가 좋아서 현재 200만개 이상의 상점이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쇼피파이 CEO의 메모 유출: 사람보다 AI를 먼저 고려해라?

현지 시간으로 지난 달 3월 20일, 쇼피파이의 CEO 토비 뤼트케 (Tobi Lütke)가 전세계 쇼피파이에서 일하는 8천명의 직원에게 보낸 메모가 유출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쇼피파이 CEO Tobi Lütke (토비 뤼트케)와 유출된 메모에 대해 토비가 정리한 내용.
Image Credit: 게티스 이미지

이 메모에서 토비는 ‘쇼피파이의 모든 업무에 AI를 무조건적으로 사용하라’고 하면서, 앞으로 AI를 사용하는 건 단지 ‘플러스’ 요소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너무 운이 좋아요. 이전보다 10배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멋진 동료 - AI 도구 - 와 함께 일할 수 있으니까요. 놀라운 건, 이 동료들, 이 도구들 자체도 10배씩 강력해지고 있으니까, 우리 일에 AI를 활용하면 100배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예요.”

“자율적인 AI 에이전트들이 팀의 일부로 협력한다면, 여러분의 업무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이 질문은 정말 재미있는 토론과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어요.”

토비 뤼트케

특히, 어떤 팀이든 ‘추가 인력이나 자원을 요청하기 전에 AI를 사용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인이 되어야 신규 채용을 하겠다’는 파격적인 ‘AI 우선 전략’을 공식화하면서 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 메모가 유출되고 이에 대해 토비가 언급한 내용이 수백만 회 이상 조회되었으니까요.

넓은 맥락에서 이해해 보자면, 토비의 이 메모는 ‘무조건적인, 습관적인 AI 활용’이 회사에서 기대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는 겁니다. 토비는 이 메모에서, “내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서, AI가 업무 방식을 가장 빠르게 변화시킨 기술”이라면서 “AI를 잘 사용하려면, AI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면서도 신중하게 배워야 하는 기술”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언뜻 기업의 경영에서 ‘AI를 사람보다 우선시’하는 움직임이 현실로 다가왔나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AI 시스템 - 에이전트 같은 - 이 조직 내에서 점점 더 독립적인 역할을 맡게 될 미래’를 내다보고, 앞으로 기업의 인재 및 자원 배분 전략, 그리고 조직 운용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겠죠.

사람의 일이 AI의 일로 바뀐다? 그럼 우리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

오랫동안 기업에서 ‘사람’은 거의 모든 일의 중심이었습니다. 사람을 뽑아야 일이 돌아갔고, 일 잘 하는 사람이 회사를 성장시켰죠.

이제는 다릅니다.

‘사람이 꼭 아니라도 되는 일’은 AI가 더 싸게, 더 빠르게, 더 지치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고, 사실 그 ‘사람이 꼭 아니라도 되는 일’은 우리 생각보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세계 많은 기업의 경영진이 ‘AI 도입과 확산에 따라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데, 한 조사에서는 그 비중이 43%에 달하기도 했습니다.

‘개발’의 영역에 주로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Cursor AI, Windsurf, Midjourney 같은 미국의 AI 회사, AI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의 개발 생산성이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이전과 비교해서 300%에 가깝게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저도 개인적으로 듣고는 합니다.

Image Credit: SAV (Scale Asia Ventures)

그런데 이건, 단순한 ‘자동화’의 문제는 아닙니다 - 사람과 AI 사이에서 ‘무엇을 맡기고, 무엇을 남길지’의 전략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당연히 사람을 뽑을 때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이 역할, 진짜 사람이 해야 할까? 중장기적으로 AI가 할 수 있을까?

  • AI로 먼저 해 보면 안 될까? 그럼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 사람을 뽑더라도, AI를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지 않을까?

여기에 생각이 이르게 되면, 지원자의 스펙이나 이력서에 ‘AI 사용 능력’이 명시되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되었을 뿐 아니라, 단순한 도구로서의 숙련도를 넘어서, AI의 본질을 이해하고, 다양한 AI 도구를 파트너처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인정받는, 그런 사람을 찾아야 할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AI를 모르는, AI를 이해하고 다룰 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기업의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없습니다.

AI 시대, HR은 ‘Human Resource’에서 ‘Hybrid Resource’로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HR이 사람을 뽑고, 급여 관리하고, 복지 챙기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운영 중심의 부서였다면, 앞으로의 HR은, ‘AI 시대의 인간 중심 전략’, ‘인간과 AI의 공존/협업 구조’를 만드는 조력자이자 방향 설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바로 기업의 인재 전략이 ‘어떤 사람을 새로 뽑을 것인가’에서 ‘어떤 분야에 AI를 적용하고 기존 인력을 어떻게 업스킬할 것인가’로 생각의 무게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서, AI가 기업 내에 광범위하게 확산하게 되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공정성을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 직원들이 AI를 두려워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학습하도록, 그래서 현장에서 원활하게 활용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 회사의 채용 전략 관점에서, 사람에게 어떤 역할을 줄 것인가?

기업이 속해있는 산업, 개별 기업의 전략적인 방향과 기술적 환경 등을 반영하면서도, AI 시대에 기업이 발맞춰서 변화할 수 있도록 위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일이 HR의 새로운 역할이 될 겁니다. 이런 변화가 없이는, Josh Bersin이 이야기한 ‘슈퍼워커 (Superworker)’ - AI를 능숙하게 활용해서 생산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인재를 일컫는 용어 - 로 기존 직원들이 거듭나도록 해서 성과를 급격하게 높일 수가 없겠죠.

단순히 일하는 사람을 관리하는게 대부분의 역할이었던 부서가 아니라,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게 하고, 나머지는 AI가 돕는다’는 철학으로 기술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설계하는 전략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미래를 생각해 볼까요? 전혀 느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AI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곧 수없이 등장하고 계속해서 발전할 AI 에이전트를 ‘도구가 아니라 팀메이트, 팀원’으로 생각하고, 마치 사람처럼, AI 에이전트의 특성을 반영해서, ‘우리 기업의 미래를 위한 자원 육성’ 관점에서 AI 시스템을 대하는 날이 올 겁니다. AI 에이전트를 ‘팀메이트로, 팀원으로 취급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Headcount를 이야기할 때, 사람 숫자에 Bot/Agent/Robot의 숫자까지 함께 이야기하게 되는 날이, 분명히,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부터 우리와 함께 일하게 될 ‘AI-Coworker’를 만드는 스타트업들이 급격하게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2025년 Y Combinator 배치 스타트업 중에 하나인 General Agency는 BPO (Business Process Outsourcing)에 해당하는 업무를 기업의 팀으로부터 ‘배워가면서’ 학습하고 점점 더 잘, 맥락에 맞게 실행하게 되는 ‘Tessa’라는 AI Coworker를 만듭니다.

이런 형태를 포함해서, 소프트웨어적인 형태 뿐 아니라 앞으로 물리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의 AI 에이전트, AI Coworker들이 우리와 다양한 세팅에서 협업을 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HR의 의미는 ‘Human Resource’에서 ‘Hybrid Resource’로 바뀌어서, 사람과 AI를 결합해서 요구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유기체로서의 무언가를 다루는 영역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재미삼아 이야기해 보면, 이미 AI가 마치 ‘사람같은 행위나 반응을 보이는 징후’라든가 ‘(일정 부분) 사람에게 하듯이 AI를 취급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오고 있잖아요?

리더의 새로운 역할: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

AI를 조직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하나의 중심으로 하는 세상이 온다면, 리더의 역할도 재정의될 겁니다. 방향 설정, 그리고 책임이라는 리더십의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이걸 수행하는 방식, 그리고 강조해야 할 부분에 변화가 있겠죠.

무엇보다도, 기술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AI는 ‘빠르고 정확한 판단’까지는 잘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합니다. 즉,

  • 이 방향이 정말 옳은 방향인지,

  • 조직이 어떤 문화를 지향해야 하는지,

  • AI가 만들어내는 결과가 정말 기업을, 고객을, 사람을, 사회를 위한 것인지

등의 질문에는 사람만이 답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서의 맥락의 이해, 공감, 창의적 비전은 미래에도 - 희망컨대 - 결국 인간의 몫입니다. 리더가 기술을 학습하고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건 바로 ‘최종적으로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이끌어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인간미를 갖추는데 그게 중요’하기 때문일 테구요.

그 연장선상에서, 리더들은 AI 시대의 윤리적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AI 기술이 폭발적으로 많이 활용되면 데이터 프라이버시, 알고리즘 편향, 의사결정 투명성 등 새로운 윤리 이슈들이 부상할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리더십은 “무엇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냐”보다 “무엇이 윤리적으로 옳으냐”를 먼저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이 AI를 활용할 때 기업과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 (예를 들어, 공정성, 책임, 투명성 등)와 부합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기술과 윤리의 균형을 잡는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 vs. 인간’의 이분법을 넘어

결국은, 사람과 기술 간의 ‘균형’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사람이 잘 쓸 수 있는 기술’,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기술을 통해 더 빛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AI에 대한 깊은 성찰, 책임있는 활용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변치않는 인간다움’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기술 혁신의 결과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조직을 가지게 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AI의 조화, 그리고 공동 진화 (Co-evolution)으로부터 얻어지는 시너지야말로 미래 기업의 새로운 동력입니다. 사람과 기술 간의 ‘균형의 축’을 잘 잡아서 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앞으로 경영진, 그리고 HR (Hybrid Resource)의 과제입니다.

쇼피파이 CEO, 토비의 메모는 단호하고 도발적이지만, 그 속엔 질문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 질문에 답하는 순간, 우리는 AI 시대의 조직에서 사람이 어디에 있어야 할지, 기술은 또 어떻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할지, 그래서 모두가 어떻게 빛날 수 있을지 비로소 알게 될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보셨다면 친구와 동료 분들에게도 뉴스레터를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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