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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금본위제(金本位制)': NVIDIA는 어떻게 GPU를 ‘화폐’로 바꿨는가
18개월 된 AI 유니콘 ‘Nscale’을 통해 확인하는, 엔비디아가 구축한 새로운 질서

들어가며
자, 아마 여러분이 아직 들어보신 적이 없을 것 같은 회사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Nscale’이라는회사예요.

지난 9월, 이 회사는 11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 이건 유럽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리즈 B였구요. 이어서 4억 3,300만 달러의 Pre-Series C SAFE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설립된 지 채 2년도 되기 전에 기업가치가 30억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회사이길래, 어떤 스토리가 있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Nscale은 자본(Capital), 에너지(Energy), 지정학(Geopolitics)이라는, 아주 흥미로운 세 가지 차원이 교차하는 그 지점에 정확히 서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회사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성공담이겠지만, 더 큰 맥락에서 보면 훨씬 더 많은 관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자, 오늘 오랜만에 돌아온 ‘AI 인프라 유니콘’ 시리즈에서는, 이전의 에피소드들과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전개해 볼까 합니다: 왜냐하면, Nscale의 이야기를 통해서 AI 산업이 어떻게 성숙해 가고 있는지, 그리고 엔비디아가 어떻게 직접, 스스로, 유니콘을 ‘찍어내는 법’을 터득해 왔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예요. 엔비디아는 이제 자사 고객에게 직접 펀딩을 하고, 국가 단위의 컴퓨팅 허브를 세우기도 하고, 공급망 자체를 자사를 위해 작동하는 전략으로 바꾸는 구조를 만들었잖아요? 바로 ‘데이터 센터’는 명실상부한 ‘국가의 자산’이 되고, ‘GPU’는 일종의 ‘화폐’처럼 작동하는 시스템이예요.
그래서, 오늘의 이야기는 단순한 AI 붐이 하나의 산업 시스템으로 변모하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에피소드에서는 아래와 같은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Nscale: ‘청사진(Blueprint)’을 따라가다
저희 튜링포스트 코리아의 ‘AI 유니콘’ 시리즈를 쭉 봐 주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그 동안 중국과 실리콘밸리의 다양한 스타트업들을 오가며 살펴봤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우리에게 - AI 관점에서는 특히 - 익숙하지 않은, ‘노르웨이’로 향합니다 - 전력 생산의 약 90%를 수력 발전으로 하는, 그렇게 생산된 전기가 수많은 데이터 센터의 랙(Rack)을 타고 흐르는 나라, 그리고 불과 2년 전만 해도 없었던 AI 인프라 스타트업이 자그마치 30억 달러의 가치로 성장한 곳, 노르웨이입니다.
재밌는 건, 또 이 회사는 ‘노르웨이 기업’이 아니예요. ^.^ Nscale, 이 스타트업은 영국의 국가적 자부심으로 불리는 회사예요. 한 때는 암호화폐 채굴업체였던 이 회사는, 지금 완전히 AI 인프라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 흥미롭게 얽혀있는 실타래같은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볼께요.
자, 여러 가지 면에서, Nscale은 CoreWeave가 먼저 지나간, 개척한 길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oreWeave는 2017년 뉴저지에서 이더리움 채굴 조합으로 시작해서, AI 인프라 시대의 첫 번째 대전환 스토리가 된 회사입니다. 2022년, 이더리움이 지분증명(Proof-of-Stake)으로 전환하자 CoreWeave는 GPU 채굴 장비를 머신러닝 워크로드용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제공업체’로 성장했죠. 2025년 3월에는 약 180억 달러의 가치로 상장, 같은 해 11월 7일 종가 기준으로는 약 683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례는, 암호화폐 채굴에 쓰이던 유휴 컴퓨팅 자원이 AI 붐을 위한 ‘연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첫 번째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Nscale도 같은 혈통, 같은 DNA를 가진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사는 호주의 Arkon Energy에서 분사된 회사예요. 원래는 비트코인을 채굴 기업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창립자 Josh Payne은 ‘값싸고 재생 가능한 전기’를 찾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노르웨이 글롬피오르드(수력 발전 잉여 전력), 미국 오하이오(유휴 에너지 지역)에 시설을 구축했고, 본사는 시드니에 남겨뒀습니다. 지리적으로는 다소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는 느낌은 있지만, 암호화폐 시장이 호황일 때는 수익성이 아주 높은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2023년 암호화폐 시장이 붕괴하면서, 대부분의 채굴업체는 GPU를 팔고 사업을 접었죠. 그러나 Josh Payne은 상황을 다르게 봤습니다 - “우리에게는 AI에 딱 맞는 인프라가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좋은 암호화폐 채굴장이 갖춰야 할 조건 — 값싼 전기, 냉각에 유리한 기후, 빠른 광섬유망 — 이건 그대로 AI 컴퓨팅 클러스터에 필요한 조건이라는 걸 간파한 거라고 봐야겠죠. 하드웨어는 이미 있었고, 전력 계약도 체결되어 있었어요. 바꿔야 할 건 단 하나, 워크로드 뿐이었던 겁니다.
2023년 말, Arkon은 1억 1천만 달러를 조달하면서 기존의 ‘채굴 인프라’를 ‘AI 인프라’로 전환하는 작업을 외과 수술 하듯이 정밀하게 실행했습니다. 먼저 2024년 5월, Josh Payne은 런던에 Nscale Ltd.를 설립해서 유럽의 자금과 정부 지원을 받기 쉬운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다음 2024년 7월, 핀란드의 Kontena를 인수했어요 - Kontena는 모듈형 데이터센터 팟(Modular Data Center Pod; 몇 주 안에 배송·조립할 수 있는 ‘AI 룸’)을 제작하는 회사였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본격적인 속도전이 시작됐습니다.
노르웨이 글롬피오르드의 수력발전 기반 캠퍼스가 저탄소 AI 인프라의 시범지역으로 자리 잡았고,
곧이어 Aker ASA 및 오픈AI와 함께 ‘Stargate Norway’라는 합작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 목표는 2026년까지 ‘NVIDIA GPU 10만 개를 배치한다’는 거였구요.
이어서, 2025년 9월, Nscale은 영국-미국 기술 파트너십(UK-US Technology Partnership)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오픈AI와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영국 전역에 58,640개의 NVIDIA GB300 GPU를 구축하고, 전 세계적으로는 총 30만 개 GPU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획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로턴(Loughton) AI 캠퍼스가 있습니다. 50MW 규모(최대 90MW 확장 가능)로 설계된 이 캠퍼스는 2027년까지 영국 최대의 AI 슈퍼컴퓨터로 완성될 예정이고, Microsoft Azure용으로 23,040개의 GB300 GPU가 탑재됩니다.
한편 Stargate UK는 영국 내 ‘소버린 컴퓨팅’ 역량을 구축하는 첫 단계로, 2026년까지 8,000개의 GPU를 코발트 파크(Cobalt Park)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한 달 뒤, Nscale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상호 파트너십을 확장했는데, 유럽과 미국 전역에 20만 개의 GB300 GPU를 배치하기로 하면서 텍사스와 포르투갈의 하이퍼스케일 캠퍼스를 포함하는 대륙 간 에너지-지능 네트워크를 구성했습니다.
자, 정신없으시죠?
엄청난 속도로, 착착 진행된 이 일들. 회사가 아니라 개인이었다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을 만한 변화일 것 같은데요 ^.^
호주에서 시작해서,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전기로 움직이는데, 영국 법인으로 등록된 회사가 ‘영국의 국가 챔피언’으로 불리는 이 ‘코믹하다고까지 할 만한’ 상황.
하지만 그 혼란 뒤에는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불과 5개월 만에, 암호화폐 채굴을 하던 유휴 컴퓨팅 자산을 ‘AI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변모시킨 회사가 정말로 됐다는 거예요 - 적어도 보도자료상으로는요.
“세 달 전만 해도 Josh는 0파운드짜리 인물이었어요. 지금은…음, 여전히 0파운드지만, 미래는 알 수 없죠.”
이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진짜 의미는 조금 더 멀리서 볼 때 드러납니다 - 바로, Nscale과 CoreWeave를 같은 핏줄, 같은 DNA로 묶는 건, ‘지리적 위치’도, ‘국적’도 아니고 바로 ‘GPU’, 그리고 ‘엔비디아’라는 ‘중력(Gravity)’이었다는 겁니다.
이제, 이 유니콘들이 어떻게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는지 살펴보죠.
밀접하게 연결된 ‘동맹(Alliance)’의 그물망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는 AI 인프라 기업들을 각각 하나의 ‘별(Star)’이라고 비유한다면, 이 기업들은 전부 하나의 작은 별자리(Constellation) 안에서 움직인다고 표현할 수 있겠죠?
Nscale의 경우에는, 그 별자리를 만드는 구성 요소들이 Aker ASA, Dell Technologies, 노키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NVIDIA 같은 회사들입니다 - 각각의 파트너는 물리적인 에너지와 디지털 컴퓨팅 능력을 연결하기 위한 전체 그림에서 각각 적절한 영역에서 구조적인 역할을 맡고 있구요.
Aker ASA는 노르웨이의 거대 사업 지주회사로, 토지·수력발전·건설 역량을 제공합니다. Aker가 Nscale에 참여하면서, 잉여 재생에너지는 ‘GPU 시간(GPU-hours)’이라는 수출 가능한 디지털 상품으로 변환됩니다.
엔비디아는 AI 칩과 소프트웨어 프레임웍, 그리고 자금 일부를 제공합니다. 거기에 젠슨 황과 함께 찍은 사진이 더해지면, 강력한 PR 효과가 덤으로 따라오죠.
Dell은 NVIDIA GPU를 장착한 랙 단위의 서버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키아는 광통신망과 데이터 전송 인프라를 관리하면서 Nscale의 여러 캠퍼스를 유럽의 네트워크와 에너지 백본에 통합시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는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s)로 참여합니다. 즉, 장기적인 컴퓨팅 계약을 체결해서 Nscale의 수익 구조를 첫날(Day-1)부터 안정시켜주는 핵심 고객이 됩니다.
이 전체의 파트너십, 단순한 상업적 계약이 아니라 전략적 구조입니다. 이 모든 조합은, 마치 경영학 교과서에 실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얼마든지 ‘재현 가능한’ 모델이에요 - 즉, 엔비디아가 다른 지역에서도 그대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요:
전력과 부지를 담당하는 산업 파트너
하드웨어 통합을 맡는 장비 파트너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통신 파트너
수요를 보장하는 AI 테넌트
위의 네 가지 축이 결합해서 하나의 완전한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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