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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의 이세돌 인터뷰 유감, 그리고 다시, AI의 창의성

여러분은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 (정식 명칭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을 기억하세요?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알파고의 승리로 끝난 이 대국은 아마도 인간의 역사, 그리고 인공지능의 역사에 있어서도 앞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이벤트일 겁니다.

얼마 전인 7월 10일, 뉴욕 타임즈가 이세돌 9단의 근황,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한 회고, AI에 대한 이 9단의 생각 등을 담은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이 기사가 커뮤니티에서 살짝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예요.

뉴욕 타임즈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면, 이세돌 9단은 ‘AI가 일자리를 어느 정도 대체하기도 하겠지만, 또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 거다’, ‘바둑이라는 게임을 만든 것도 인간이고, 그 게임을 마스터한 AI를 만든 것도 인간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는 등, 비교적 균형잡힌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레딧과 같은 커뮤니티에서는 ‘Defeated by A.I., a Legend in the Board Game Go Warns: Get Ready for What’s Next (AI에 패배한 바둑계의 전설: 앞으로 다가올 일에 미리 대비하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 그리고 “이전에 사람들은 창의성, 독창성, 혁신적인 것에 경외감을 느꼈지만, AI가 등장한 이후 그런 경외감이 - AI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 사라졌다”는 표현들을 예로 들면서, 기사의 톤과 내용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Source: Reddit

사실, 이세돌 9단은 AI에 대해서 꽤 열려있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2016년 알파고와의 게임에서 4:1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패배하고 난 뒤에도 AI의 기보로부터 과거 자신이 두었던 것과 뭔가 다른 것을 느꼈다면서 기계도 우리가 ‘창의적’이라고 느끼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구요. 제가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 전후의 상황’과 그 이후 이세돌 9단의 인터뷰 등을 보면서 했던 생각을 글로 정리한 적이 있는데,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에서의 이세돌 9단

뉴욕 타임즈의 기사, 이세돌 9단의 일부 표현에 대한 레딧이나 다른 SNS 사용자들의 불편함은 아마 ‘AI의 창의성’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제 다른 글에서도 가끔 이야기한 적 있지만, AI가 이미 일반적인 사람보다도 여러 가지 일 - 수학문제 풀기, 문장 요약하기 등 - 을 잘 해 내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다른 쪽에서 보면 아직 사람 손가락 숫자가 5개라는 것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니까요. 이 글에 대해 비판한 어느 사용자는 ‘AI가 죽인 창의성이란 건 고작 최하위급 창의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과연 ‘AI의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아니 그 전에, 과연 '인간의 창의성’이란 무엇일까요? 이번 인터뷰 기사를 실었던 뉴욕 타임즈가 ‘위대한 사상가’라고 불렀던 ‘케빈 켈리’는, 창의성을 ‘대문자 창의성’과 ‘소문자 창의성’으로 구분하고, 지금 AI 모델들이 보여주는 능력은 소문자 창의성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 우리가 ‘창조적’ 작업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작업이 사실은 이 ‘소문자 창의성’의 영역이라는 거고, 진짜 판을 바꾸는, 세상을 바꾸는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은 ‘대문자 창의성’이라는 거죠.

인공지능이 소위 ‘소문자 창의성’에 해당하는 작업의 생산성을 엄청나게 높여줄 수 있다는 건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 거기에 물론 엄청난 가치의 창출이 이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대문자 창의성’은 오롯이 인간만의 영역일까요?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까요? 또는, ‘창의성’이 AI의 영역이 된다면 인간은 그 고유한 가치가 없어지는 걸까요?

인간과 AI의 창의성이라는게 뭘까, 과연 AI를 어떻게 바라보는게 좋을까 하는데 대한 제 생각을 한 번 정리했던 글도 한 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1968년 존 레논, 오노 요코가 마약 소지 혐의로 재판받은 후 법정을 떠나는 모습. (Andres Maclear / Getty)

‘창의성‘을 바라보는 다른 하나의 관점은 ‘Process (절차)’와 ‘Result (결과물)’의 차원이 있죠. 결국 진정한 창의성은 ‘절차’와 ‘결과물’ 두 관점이 모두 결합된 어떤 것이라고 볼 때, 지금의 주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I 모델 - 트랜스포머, Diffusion 기반 모델 등 - 이 궁극적으로 진짜 ‘대문자 창의적’으로 보이는 ‘결과물’을 언젠가 만들어낸다고 하더라도, 그 작업 과정의 측면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은 드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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